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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그림 공천 청탁 의혹”…김상민 전 검사 구속심사, 대가성·진위 공방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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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그림 공천 청탁 의혹”…김상민 전 검사 구속심사, 대가성·진위 공방 격화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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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미술품을 매개로 한 공천 청탁 의혹을 둘러싸고 김상민 전 부장검사와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치열하게 맞붙었다.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죄 적용 등 굵직한 의혹이 불거지며 여야 정치권과 법조계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양측은 17일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에서 그림의 대가성과 진위, 실제 전달 여부를 둘러싸고 증거와 주장을 내세우며 강하게 충돌했다.

 

이날 오전 2시 30분부터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민중기 특검팀은 183쪽 분량 의견서와 118쪽 분량 PT자료를 토대로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검은 김 전 검사가 국민의힘 4·10 총선 공천을 노리고 김건희 여사 측에 1억4000만원 상당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건넸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상민 전 검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김 여사에게 그림이 전달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그림 진위와 대가성을 두고도 첨예하게 맞섰다. 특검팀은 해당 작품을 ‘진품’으로 특정했고, 이에 따라 고가 미술품 자체가 불법 청탁의 수단이 됐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김상민 전 검사의 변호인단은 “한국미술품감정센터가 진품이라 주장하지만, 한국화랑협회는 위작이라고 판정했다”며 그림의 진위가 명확지 않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와 함께 그림 가치가 낮을 경우 구속과 혐의 적용 필요성도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김상민 전 검사의 증거 인멸 가능성과 극단적 선택 우려까지 언급하며 구속 수사의 불가피성을 설득했다. 또한 그림 전달 시점, 김 전 검사의 국민의힘 공천 시도 및 관련자 연락 기록, 국가정보원 법률특보 임명 과정 등을 복합적으로 제시해 대가성이 충분히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반응도 엇갈렸다. 김상민 전 검사의 변호인단은 취재진에게 “구속한 뒤 추가 범죄를 찾겠다는 식은 과거 보안사 방식”이라며 특검 수사방식을 비판했다. 반면 특검은 김 전 검사 측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직무와 사실상 연관이 없다며 공천 논란을 선긋기 시도하는 것 자체가 논란의 본질을 흐리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일각과 미술계에서는 “고가 미술품이 청탁 창구가 되는 셈”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심사의 핵심 쟁점은 김건희 여사 측에 실제 그림이 전달됐는지, 그리고 의혹 물품의 가치와 직·간접 대가 관계가 입증될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등이 공모 관계가 확인되면 청탁금지법 위반을 넘어 뇌물죄 적용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김 전 검사는 “그림 중개는 김 여사 오빠가 먼저 요청했던 거래일 뿐”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상민 전 검사는 2023년 부장검사 재직 시 창원 지역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며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등과 접촉, 공천을 위한 그림 청탁 의혹이 처음 제기됐다. 최종적으로 그는 국민의힘 공천에서 탈락했으나 이후 국가정보원 법률특보로 임명됐다. 특검은 이 과정에도 김건희 여사의 영향력이 미친 정황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향후 법원의 구속 여부 결정 결과에 따라 정국에 새로운 파장이 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검팀은 수사 확대 가능성까지 시사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검찰과 권력 핵심을 둘러싼 의혹이 더 커질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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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민#김건희#특검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