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수만 명 대기”…추석 기차표 예매 ‘먹통’에 쌓인 피로
“요즘 명절 기차표 예매만큼 피곤한 일이 없다. 클릭 한 번에도 몇 만 명의 대기가 이어지고, 새벽부터 긴 한숨이 전 국민의 일상이 됐다.”
17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오전 7시부터 온라인 추석 연휴 기차표 예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경부선, 경전선, 동해선(포항) 등 주요 노선의 예매 사이트와 공식 앱이 일제히 ‘먹통’이 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접속 폭주로 인한 로딩 지연, ‘명절 예매 화면으로 이동 중입니다’라는 멈춘 화면, 끝없는 대기 순번. 수많은 이용자들이 애타는 마음으로 다음 화면을 바라봤지만, 답은 쉽게 오지 않았다.
이런 일상은 이미 익숙해진 풍경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세 시간째 대기 중”, “새벽부터 준비했는데 빈손” 같은 하소연이 넘쳐 났다. 추석 기차표 예매는 가족, 고향, 모처럼의 휴식과 맞닿아 있는 만큼, 기대 대신 지친 마음이 더 크게 남았다.
변화는 숫자에서도 드러났다. 코레일 관계자는 “평소 명절보다 두 배 늘어난 긴 연휴 때문에 예매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다”며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추석은 평년에 비해 연휴가 길어 가족 단위 이동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시스템 장애에 코레일도 서둘러 대응했다. 긴급 복구와 단계별 정상화에 돌입하며, “접속 지연에 불편을 겪은 국민께 죄송하다”는 공식 사과문을 냈다. “앞으로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점검·보완하겠다”고 덧붙였지만, 예매 당일 불편을 온전히 상쇄하긴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포털 댓글과 커뮤니티에는 “명절 기차표 예매만큼은 로또 추첨보다 힘들다”는 자조, “매년 반복되는 일인데 왜 바뀌지 않나”라는 분노, “가족 모임도 설렘보다 걱정이 먼저”라는 솔직한 감정이 줄을 이었다. 반복되는 예매 피로에 “기술 발전이 당연한 시대, 이런 경험이 오히려 뒤처진다는 느낌”을 고백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제 명절 기차표 예매는 단순한 클릭 경쟁이 아니라, 우리의 가족문화와 휴식감각, 디지털 일상의 숙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풍경이 됐다.
작고 사소한 절차 같았던 예매 한 번이지만, 그 안에서 명절의 의미와 우리 모두의 지친 마음이 다시금 드러난다. 명절을 둘러싼 변화는 이제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겪는 일상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