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동물농장, 골목에 남은 운명”…종례씨, 한남3구역 고양이 품은 작별→먹먹한 시간
한때 사람과 고양이로 북적였던 서울 한남3구역의 골목이 이제는 깊은 고요와 쓸쓸한 울음만을 품고 있다. 벽돌담 사이에는 사람의 손길 대신 매일 밥을 기다리는 고양이들과, 아직도 골목을 찾는 종례씨의 발길이 남아 있다. 오랜 시간 고양이와 일상을 나눈 종례씨는 이미 이삿짐을 꾸렸지만, 마지막까지 길 고양이들의 식사를 챙기며 입구에 서성인다.
낡은 집들이 무너지고 담벼락이 썰렁해질수록, 종례씨의 목소리는 더욱 조용하지만 절실해졌다. 다가올 이별 앞에서, “밥 먹자”는 한마디에 모여드는 고양이 셋은 이 골목의 마지막 원주민이자 종례씨의 마지막 책임이었다. 2주 후 더는 이곳에 올 수 없다는 소식이 퍼지자, 종례씨뿐 아니라 구조 활동가와 인근 시민들도 서둘러 남은 고양이들의 터전을 찾아 나섰다.

이별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무겁지만, 생명을 위한 손길은 점점 더 조심스럽고 따뜻해졌다. 활동가 줄리씨는 최근 출산한 어미 고양이의 흔적을 좇아 낡은 골목 곳곳을 살핀다. 담장 뒤편 닭가슴살을 든 어미 고양이를 발견하면, 행여 새끼와 떨어지지 않게 조심히 지켜본다. 고요한 밤, 어디선가 울릴 울음까지 끌어안으며 멈추지 않는 순례는 며칠째 이어졌다.
재개발이라는 변화의 파도가 덮친 거리, 빈집에 남은 고양이 생명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단단한 연대가 빛난다. 200마리가 넘는 고양이가 구조됐다. 그러나 처음 만났던 마을의 온기는 차츰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은 침묵 속에도 누군가는 고양이를 품고 동행했다. 시간이 흐르고 골목이 비워져도, 마지막까지 기억을 품은 이들의 뒷모습은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삶의 터전이 무너지며 생명을 위한 구조 현장이 된 골목은, 오늘도 누군가의 발걸음과 고양이의 작은 울음으로 새 기록을 쓴다. 고요히 사라지는 마을 한켠, 존재의 온기를 지키며 마음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SBS ‘TV동물농장’은 한남3구역 고양이 구조 프로젝트의 끝자락에서, 사라진 마을에 남겨진 이야기와 연대의 의미를 담았다. 방송은 7월 21일 일요일 오전 9시 3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