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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봉으로 안두희 처단”…박기서 씨 별세, 한 시대의 상징 남겨
사회

“정의봉으로 안두희 처단”…박기서 씨 별세, 한 시대의 상징 남겨

김서준 기자
입력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범 안두희를 처단한 박기서 씨가 7월 10일 0시 10분경 경기도 부천의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다. 한때 ‘정의봉’으로 불린 몽둥이로 안두희를 살해한 박 씨의 삶과 신념이 다시 한번 조명되고 있다.

 

박기서 씨는 1996년 10월 23일 인천 중구 신흥동 안두희의 집을 찾아가, 길이 40㎝ 몽둥이로 안 씨를 내리쳐 살해했다. 당시 그는 소신여객에서 시내버스 기사로 근무 중이었으며, 범행 후 7시간 만에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 조사에서 “백범 선생을 존경했기에 안두희를 죽였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당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2018년 정의봉을 식민지역사박물관에 기증한 고인 / 연합뉴스
2018년 정의봉을 식민지역사박물관에 기증한 고인 / 연합뉴스

피살된 안두희는 1949년 6월 26일 서울 경교장에서 김구 선생을 권총으로 암살한 인물이다. 그는 이후 당시 장군 김창룡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히고,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1951년 특사로 결국 풀려났다.

 

박 씨는 안두희 살해 혐의로 기소돼, 1997년 11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1998년 김대중 정부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뒤 버스 기사와 택시 기사로 생활을 이어갔다.

 

2018년 박 씨는 사건에 사용됐던 ‘정의봉’을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기증식에서는 “‘정의봉’을 종이에 감싸 허리춤에 숨겨갔다”며 범행 과정을 직접 회상했다. 종이에는 본인이 직접 쓴 안중근 의사의 유묵 ‘견리사의, 견위수명’이 담겨 있었고, 범행 직전 종이를 벗겨낸 뒤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정의봉’은 홍두깨 모양으로 ‘정의봉’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채 보존됐으며, 일부 혈흔도 남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기서 씨의 별세 소식에 각계에서는 그가 남긴 의미를 되새기는 분위기다. 한편, 박 씨의 유족으로는 부인 원미자 씨와 자녀 박안숙·박찬종 씨, 사위 박기훈 씨가 있다. 빈소는 부천장례식장 7호실, 발인은 7월 12일 오전 5시에 예정돼 있으며 장지는 남양주 모란공원이다.

 

그가 남긴 ‘정의봉’과 삶의 궤적은, 백범 김구 선생을 향한 존경과 정의로운 실천이 어떤 의미로 역사에 남는지 다시 묻게 한다. 박 씨의 별세는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의 빈자리를 남기면서, 정의와 역사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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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서#안두희#정의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