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화오션 11만 원대 재조정…캐나다 잠수함·VLCC 수주 기대가 하방 버팀목

이도윤 기자
입력

한화오션 주가가 11만 원대 초반까지 밀리며 단기 조정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캐나다 잠수함 사업과 VLCC·LNG선 수주 기대, 미국 조선·방산 협력 강화라는 성장 모멘텀과 함께 폴란드 잠수함 사업 탈락, 산업재해 이슈,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변동성이 커진 모습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캐나다와 미국 프로젝트에서 실제 계약이 성사되는지, 그리고 중대재해 관련 규제 리스크가 어느 수준에서 정리되는지가 향후 주가 방향성과 프리미엄 유지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7일 장중 기준 한화오션 주가는 11만1150원으로, 전일 대비 2.41퍼센트 하락했다. 지난 10월 말 52주 최고가인 15만16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한 달 만에 11만 원대 초반까지 내려오며 약 20퍼센트 조정을 받았다. 다만 6개월 전 7만 원대 후반과 비교하면 여전히 40퍼센트 이상 상승한 수준으로, 조선·방산 슈퍼사이클에 대한 중장기 재평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시장에서는 단기 변동 폭이 커지고 뉴스 민감도가 높은 특성상 레버리지 투자나 추격 매수보다는 이벤트별 분할 대응이 필요하다는 경계감도 함께 제기된다.

한화오션[04266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한화오션[04266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기술적 흐름에서는 조정세가 뚜렷하다. 한화오션 주가는 단기·중기 이동평균선인 5일선, 20일선, 60일선을 모두 하회하며 약세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장중 고점은 15만1600원, 저점은 11만1000원 부근으로, 고점 대비 4만 원 가까운 되돌림이 진행된 셈이다. 같은 기간 거래량은 70만 주 안팎에 그치며 한 달 평균 대비 감소했고, 관망 심리 확산이 단기 유동성을 제한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11만 원 초반대 지지력과 12만 원대 초반까지의 기술적 반등 여력이 단기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최근 한 달간 주가를 좌우한 재료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 CPSP에 대한 기대가 상방 모멘텀을 제공했다. 캐나다 총리와 산업부 장관 등 고위급 인사가 잇따라 거제사업장을 찾아 장보고 Ⅲ급 잠수함 장영실함과 특수선 안벽, 골리앗 크레인 등 핵심 인프라를 직접 점검한 것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참여하는 이른바 K조선·K방산 원팀 구도의 신뢰도를 끌어올린 이벤트로 받아들여졌다. 수주 성공 시 역대급 방산 수출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주가 재평가 기대를 키운 배경이다.

 

상선 부문에서는 초대형 원유운반선 VLCC와 LNG 운반선 수주가 주가 하방을 방어하는 재료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한화오션은 최근 아프리카 선주와 VLCC 4척, 총 7577억 원 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연간 매출의 약 7퍼센트에 해당하는 대형 상선 수주로, 고부가 선종 비중 확대를 통해 향후 마진 개선과 영업이익 증가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가 추진하는 LNG선 발주에서 4척 수주를 사실상 확보했다는 관측이 더해지며, LNG선 누적 수주 척수가 두 자릿수로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화그룹 차원의 미국 조선·방산 확장 전략도 중장기 성장 스토리의 핵심 축이다. 한화오션은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와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 MASGA 참여를 통해 미 해군 함정 건조와 정비·유지·보수 MRO 시장 진입을 모색 중이다. 필리조선소 생산능력을 연간 1척 수준에서 수십 척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도크와 안벽 확충, 블록 생산기지 신설 등 대규모 투자는 단기적으로 자본 부담을 키우지만, 조선 부문 영업현금흐름 회복과 맞물리며 북미 조선·방산 밸류체인 편입을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미국 해군참모총장의 거제사업장 방문과 MRO 협력 논의는 이러한 중장기 구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벤트로 시장에 해석됐다.

 

반면 폴란드 오르카 잠수함 사업 탈락은 조정 국면의 직접적인 방아쇠로 작용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독일 TKMS와 함께 신형 잠수함 수주전에 뛰어들었으나, 최종 사업자로 스웨덴 사브가 선정되면서 유럽 대형 방산 수출 레퍼런스 확보에 실패했다. 유럽 시장 진출 기대가 상당 부분 주가에 미리 반영돼 있던 만큼, 결과 발표 후 실망 매물이 집중 출회되며 52주 신고가 이후 고점 조정을 촉발했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시장에서는 캐나다 CPSP와 미국 MASGA가 남아 있는 만큼, 폴란드 결과가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노동·안전 이슈는 ESG 관점에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거제사업장에서 발생한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와 크레인 작업 연관성 논란, 노조의 사고 영상 공개와 재조사 요구는 현장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와 공정 지연 우려, 안전 투자 비용 증가는 단기적으로 수익성과 재무지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형 방산·특수선 수주전에서 ESG와 안전 역량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떠오른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재발 방지 대책 수준과 안전 시스템 고도화는 기업가치 평가에 중장기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번갈아 매수·매도를 반복하며 단기 균형을 맞춰가는 흐름이 관측된다. 최근 공개된 11월 19일부터 26일까지 구간을 보면 외국인은 20만 주 안팎의 순매도를 기록했고, 기관 역시 비슷한 규모로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이 기간에는 외국인 매도가 강화될 때 낙폭이 커지고, 기관이 한때 매수로 돌아설 때 단기 반등이 나오는 패턴이 반복됐다. 개인투자자는 주가 조정 구간에서 저가 매수에 나서며 매물 부담을 일부 흡수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어, 향후 외국인 수급 전환 여부가 단기 주가 탄력성을 좌우하는 변수로 꼽힌다.

 

동종 업계와 비교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HD현대마린솔루션 등과 함께 대형 조선·해양 방산 그룹에 속한다. 이날 등락률 기준으로 한화오션은 마이너스 2퍼센트대 하락을 기록해 HD현대마린솔루션과 함께 조정 폭이 상대적으로 큰 편에 속한다. 시가총액은 약 34조 원 수준으로 HD현대중공업보다는 작지만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보다는 높은 편이며,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17위권에 위치해 대표적인 조선·방산 중대형주로 자리 잡았다. 반도체와 2차전지, 인터넷 대형주가 이끄는 시장 주도주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조선·방산 섹터 내에서는 사실상 주도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재무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체력 회복 단계의 프리미엄 종목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매출액은 2022년 4조8602억 원에서 2023년 7조4083억 원으로 증가했고, 2024년 10조7760억 원, 2025년 12조9242억 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22년 마이너스 1조6136억 원, 2023년 마이너스 1965억 원 적자에서 2024년 2379억 원 흑자 전환, 2025년 1조3266억 원 수준까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률 역시 2022년 마이너스 33.2퍼센트에서 2024년 2퍼센트대, 2025년 10퍼센트대 초반으로 올라서는 구조로, 순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 ROE도 2023년 이후 뚜렷한 턴어라운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부채비율은 2022년 1500퍼센트대에서 2023년 223퍼센트 수준까지 빠르게 낮아졌고, 2024년에는 260퍼센트대에서 안정 과정을 밟고 있다. 절대 수치는 여전히 높지만, 대규모 적자 국면에서 벗어나 영업현금창출력이 회복되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유보율과 당좌비율도 점차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며 재무건전성이 구조조정 이후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배당수익률은 아직 의미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해, 한화오션 투자 포인트는 배당보다 방산·조선 슈퍼사이클과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성장 스토리에 방점이 찍혀 있는 구조다.

 

업종 내 상대 평가를 종합하면 한화오션은 매출과 영업이익, ROE 측면에서 상위권에 위치하는 동시에 주가수익비율 PER과 주가순자산비율 PBR에서도 프리미엄을 부여받는 종목이다. 영업이익과 ROE는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마린솔루션과 함께 높은 편이지만, PER와 PBR은 일부 동종사 대비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는 CPSP와 MASGA 등 대형 프로젝트에서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거나 산업재해·안전 리스크가 반복될 경우 밸류에이션 조정 폭이 클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반대로 방산과 상선 양 축에서 수주와 이익 개선이 계획대로 이어질 경우 현재 프리미엄 구간이 유지되거나 확대될 여지도 열려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존재한다.

 

뉴스와 테마 측면에서 한화오션은 방산과 조선을 동시에 아우르는 대표적인 교차 테마주로 분류된다. 방산 부문에서는 잠수함과 구축함, 군수지원함 등 특수선을 중심으로 해양 방산·잠수함 테마에, 조선 부문에서는 LNG 운반선과 VLCC,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조선·에너지 운송·친환경 선박 테마에 포함된다. 여기에 필리조선소와 MASGA를 통한 북미 조선 리쇼어링·인프라 투자 테마, 거제사업장 중대재해 논란과 맞물린 ESG·안전관리 테마까지 포개지며 뉴스 한 건마다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에는 방산·조선 대형 수주 기대가 상방을 지지한 반면, 폴란드 수주 실패와 안전 리스크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낙폭이 커지는 흐름이 반복됐다.

 

전망과 전략 측면에서 단기 1개월 구간에서는 11만 원 초반대 지지력과 12만 원대 초반까지의 되돌림 가능성이 핵심 체크 포인트로 꼽힌다. 보수적인 시나리오에서는 11만 원선이 무너질 경우 10만 원 후반대까지 추가 조정 여지가 열려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캐나다 CPSP와 LNG선 수주 가시화, 미국 MRO 협력 구체화에 따라 13만~14만 원대 회복 시도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기 6개월 관점에서는 조선 사이클 둔화와 원자재·인건비 부담, 추가 산업재해·규제 리스크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대형 수주 이벤트 전후로 분할 매수·매도와 목표 수익률 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제시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테마 변동성뿐 아니라 산업재해와 ESG 관련 이슈가 반복적으로 뉴스에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캐나다와 폴란드, 미국 등 주요 방산 프로젝트가 정치·외교 변수와 맞물려 있는 만큼, 사업자 선정 지연이나 조건 변경에 따라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구도도 상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화그룹 차원의 미국과 해외 조선·방산 투자 확대 과정에서 추가 자본조달과 재무 레버리지 확대, 공정 지연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소로 지목된다. 한화오션 투자를 둘러싼 종합적인 평가는 방산·조선 슈퍼사이클과 대형 수주 모멘텀의 업사이드와 함께 안전·규제·밸류에이션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종목이라는 데 모아지고 있으며, 향후 정책과 글로벌 수주 환경, ESG 대응 수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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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캐나다잠수함cpsp#vlcc수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