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화재로 드러난 전산 리스크”…국정자원, 복구율 14% 집계

윤찬우 기자
입력

국가 행정정보 인프라의 주요 거점인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전체 647개 정보시스템 중 91개(14.1%)만 복구됐다. 정부24 등 핵심 공공서비스 중 일부만 정상화되는 등 전산 인프라 복원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국내 디지털 정부 서비스의 취약한 리스크 관리 실태 및 복구 체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6일 대전 국정자원에서 발생한 5층 전산실 화재 이후, 30일 오후 2시 기준 전체 시스템의 14.1%만 복구가 완료됐다. 국민 전체에 영향도가 큰 1등급 핵심 서비스의 경우 38개 중 20개(52.6%)가 정상화됐다. 복구 시스템 목록에는 정부24, 모바일 신분증, 인터넷 우체국, 조달청 나라장터 등이 포함돼 있으나, 국민신문고, 모바일 공무원증, 통합보훈정보시스템 등은 여전히 일부 복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사태의 중심이 된 5층 7-1 전산실은 총 96개 시스템이 포함돼 있으며, 전체 647개 중 51%에 달하는 330개 시스템이 직접 피해를 입어 복구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구율이 저조한 데는 전산실 분진 제거, 배터리 이전, 데이터 복원 등 고난도 IT공정이 병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화재의 영향이 적은 2~4층 시설은 속도전으로 재가동을 이어가는 한편, 직접 피해가 컸던 7-1 전산실의 시스템은 대구센터 이전 등 대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로 인해 공공서비스 사용자들은 불편을 겪으면서도, 정부가 안내하는 임시 대체 수단(온라인→오프라인, 모바일 신분증 미지원 등)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부동산거래·사회보장정보 등 일부 민원 처리가 중단돼 주민센터 방문·수기 절차로 불편이 이어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물리적 백업, 장애대응 매뉴얼, 분산 저장 등 IT 인프라 복원 시나리오의 실질적 점검이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주 전산체계가 한 공간에 밀집돼 있어 화재·정전 등 대형 장애에 대한 내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해외 주요 선진국은 주기적 재해복구(Disaster Recovery, DR) 훈련 및 분산센터 운영을 정례화하고 있지만, 국내 인프라의 이중화 전략은 한계가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여진다.

 

사고 이후 정부는 책임 있는 정보 공개와 향후 유사 사고 방지책을 강조했다. 리튬이온 배터리 이전 작업 시 ‘전원을 차단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주장은 ‘전기차단 방식에 대한 해석 차이’라고 부인했다. 소방청 역시 서버·전등의 전원 차단 요구는 감전 보호를 위한 통제라고 설명했다.

 

정보시스템 사고에 따른 국민 피해 불만이 확산되었으나, 현재까지는 금전적 손해에 관한 구체 사례는 접수되지 않았다. 정부는 장기화되는 시스템 장애로 인한 불편 최소화와 신속한 복구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국가 정보 인프라 관리체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재해 재발 방지를 위한 중장기 이중화 설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산업계는 중앙집중형 시스템의 복원력과 업타임 확보가 전자정부 신뢰도 저하의 리스크로 작용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윤찬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국정자원#복구율#정부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