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 오전 9시 개막”…미국 폭염 속 월드컵→경기 시간 재조정 갈림길
기록적인 폭염이 미국 전역을 뒤덮으며,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시간까지 흔들고 있다. 강렬한 햇볕이 경기장과 관중석을 뜨겁게 달구고, 새벽부터 이어진 지독한 열기로 현장 곳곳의 숨결도 무거워졌다. 선수, 팬, 그리고 심판 모두가 한낮 태양 아래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월드컵 결승전마저 해가 충분히 뜨지 않은 오전 시간에 치러질 수밖에 없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일, 영국 BBC는 영국 포츠머스대 마이크 팁턴 교수의 분석을 인용해 2026년 미국에서 개최되는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이 오전 9시 킥오프라는 극단적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2025년 미국에서 열린 FIFA 클럽 월드컵에서도 폭염으로 인해 경기 일정에 큰 차질이 발생한 상황이다. 최근 미국 동부는 일명 '열돔' 현상으로 연일 30도 중반을 훌쩍 넘는 이례적인 폭염을 겪고 있다.

뉴욕에서는 39도를 기록하며 6월 사상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가 하면, 온열 질환 환자가 급증하는 등 일상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유럽 시청자들을 고려한 편성 탓에 주요 경기는 여전히 한낮에 시작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클럽 월드컵 63경기 가운데 35경기가 현지 시간 오후 5시 이전 킥오프를 택했다.
전문가들은 더욱 조기 경기를 촉구하고 있다. 팁턴 교수는 “경기는 최대한 아침 일찍 시작돼야 한다. 선수와 심판, 관중들의 안전을 위해 더 시원한 시간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수만 명의 팬이 이른 시간에 경기장에 집결하는 현실적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는 클럽 월드컵 사례를 들어, 폭염 속 하프타임 추가 연장과 온열지수 28도 이상에서는 추가 휴식, 32도를 넘기면 경기 연기를 권고하고 있다. FIFPRO는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이 상업적 이해관계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월드컵 역시 경기 시간의 대대적 조정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BBC는 1994년 미국 월드컵의 플로리다, 텍사스에서 나타난 섭씨 38도를 상회했던 폭염, 그리고 최근 멕시코·마이애미에서의 극한 날씨까지 언급하며,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이 사상 가장 더운 월드컵이 될 가능성에 경종을 울렸다.
여름 열기는 단단한 경기장에 또 다른 그림자를 드리웠다. 감독과 선수, 그리고 수많은 팬들이 건강을 지키며 진정한 축구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시간대 조정 논의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정확한 킥오프 시간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뜨겁고 긴 시간 끝에, 경기장마다 새로운 해가 떠오를 때 축구가 남길 위로와 사유는 여전히 그곳에 머무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