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주장도 과감히 채택”…이재명, 예산·외교 두고 여야 초당 협력 주문
정치적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예산안과 외교 현안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가 다시 부각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법정시한 내 예산 처리와 대외정책에서의 초당적 협력을 공개 요구하면서 국회와 정치권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법정시한 안에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생·경제 회복을 가속하려면 예산의 적시 통과가 중요하다”며 신속한 심사와 합의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야당과의 협치 필요성을 거듭 언급했다. 그는 “야당 주장에 대해서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과감히 채택할 필요가 있다”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야당 요구를 상당 정도는 수용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다만 “억지 삭감은 수용하기 어렵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합리성이 있는 야당의 주장도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외교 현안에 대해서도 여야의 초당적 대응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중동·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언급하며 “가장 심각하게 다가온 것이 가자지구의 참혹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질서가 불안해지고 자국 이기주의가 심해지다 보니 국가 간 대결 양상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순방 과정에서 확인한 방위산업과 국력 경쟁의 현실도 상세히 전했다. 그는 “그래서 그런지 국가 원수들 대부분이 방위산업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새로운 무기체계 도입 및 한국과의 방산 협력에 예외 없이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력이나 방산 역량 등 군사력을 포함, 국력을 키우는 게 정말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력의 토대로 국민 통합을 꼽으면서 정치권에 자제와 경쟁 방식을 바꾸라는 메시지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국력의 원천은 국민의 단합된 힘이다. 많은 부분에서 다투더라도 가급적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며 “힘을 최대한 모아 국제사회 질서에서 경쟁해도 부족한 시점에 불필요하게 자신의 역량을 낭비하는 일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정상외교 성과에 대한 자평도 곁들였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글로벌 외교 복원을 위해 모든 노력과 역량을 투입하며 숨 가쁘게 달려왔다”며 “그 결과 우리 외교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고 지평도 크게 넓어졌음을 체감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낌없이 힘을 모아준 국민 여러분 덕분”이라고도 덧붙였다.
향후 외교 정책 추진 방향으로는 실용성과 국익 중심 노선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앞으로도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더 확실하게 해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각 부처는 지난 6개월간의 외교 성과를 구체화·실질화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비서실도 협업에 나서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날 메시지는 국회 예산정국과 불안한 국제정세가 맞물린 시점에 나왔다. 정치권이 예산안 심사와 외교·안보 전략을 둘러싸고 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대통령이 야당 주장 수용과 초당 협력을 공식 언급한 만큼 향후 여야 협상 구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국회는 예산안 법정시한을 앞두고 예산 규모와 배분 방향을 둘러싼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