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96% 급등·3,100선 돌파”…외국인·기관 매수에 반도체주 강세 확산
6월 24일, 국내 증권시장에는 중동 지역의 휴전 소식이 봄바람처럼 불어들었다. 난기류로 얼어붙었던 투자 심리는 순식간에 일제히 달아올랐고, 코스피 지수는 장중 숨가쁜 가속의 끝에서 2.96% 급등, 3,103.64포인트로 장을 닫았다. 3,100선 돌파는 2021년 9월 27일 이후 처음이며, 바로 이틀 전 3,000선을 넘어선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수는 한차례 더 금자탑을 쌓았다.
이번 대세 상승의 중심에는 외국인 자금이 힘차게 자리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4,416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고, 기관투자자 역시 2,590억원을 사들이며 환호의 물결에 합류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6,426억원의 매물을 내놓으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최근 한 달 간(5월 20일~6월 23일) 외국인 누적 순매수 규모는 5조1,312억원에 이르렀고, 같은 기간 개인은 4조4,661억원을 내다 팔았다. 이처럼 뚜렷해진 투자자별 수급의 경계선은 새로운 시장 에너지를 만드는 동력이 됐다.
![[표]투자자별 매매동향](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resize/800/20250624/1750751335304_118728607.webp)
종목별로 보면 ‘6만전자’의 귀환이 상징적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4.31% 치솟으며 6만500원에 안착했고, 3월 28일 이후 처음 다시 6만원대에 닿았다. SK하이닉스는 7.32% 급등, 27만8,500원을 기록했다. 그 결과, 시가총액이 사상 최초로 200조원을 넘어섰고, 반도체 산업의 기상도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카오 역시 4.14% 오른 7만400원으로, 지난해 2월 9일 이후 종가 기준 7만원대를 오랜만에 회복했다. 플랫폼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시장에 되살아났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 3,293억원, SK하이닉스 1,794억원, HD현대중공업 등 주요 대형주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반면 네이버와 두산에너빌리티 등은 현 시점에서 매도 대상으로 떠올랐다.
기관투자자 역시 삼성전자 1,109억원, 한국전력 530억원, 카카오 520억원, 네이버 367억원어치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섰고, 반대로 SK하이닉스와 현대로템 등은 차익 실현 종목으로 분류됐다. 각 기관별 매매 전략이 종목별로 엇갈리는 양상도 눈길을 끌었다.
시장 판도 변화는 외환시장에서도 감지됐다. 달러 대비 원화는 하루 만에 24.1원 절상, 1,360.2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 자금의 본격 유입과 금융시장 전반의 분위기 전환이 맞물린 결과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우려 해소가 투자 심리를 빠르게 회복시켰다”며, “반도체는 물론 2차전지, 플랫폼, 금융 등 여러 산업이 고르게 시장의 기대를 재확인했다”고 짚었다.
이차전지주 반등도 두드러졌다. 삼성SDI가 4.43% 뛰었고, 포스코퓨처엠은 2.70%, LG에너지솔루션은 2.21% 견조한 상승세를 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1.21% 올랐고, 한국전력은 20.71%라는 깜짝 급등으로 전통주의 힘을 보여줬다. KB금융,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주요 종목까지 대부분 오름세를 보였다.
한편, 정유·해운업종은 지정학적 불안 완화로 역풍을 맞았다. 한국ANKOR유전, 한국석유, STX그린로지스, 흥아해운, HMM 등이 약세로 전환됐고, 금속 업종 역시 하락세로 하루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2.06% 상승하며 800.93포인트로, 11개월 만에 800선을 다시 밟았다. 외국인과 기관의 강한 동반 순매수에 더해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한 이차전지·로봇주 등 다양한 업종에서 상승세가 퍼졌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거래대금은 각각 18조4,047억원, 8조2,866억원에 이르렀고,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 시장에서도 총 14조2,057억원 거래가 집계되며 신기록을 세웠다.
수많은 변화가 짧은 하루에 스며든 6월의 증시는 이처럼 밀도 높게 전개됐다. 반도체, 2차전지, 플랫폼을 잇는 주도주의 전환은 자연스럽게 투자자의 관심과 자본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보여줬다. 유동성의 확장과 글로벌 긴장 완화, 그리고 시장 전반의 심리 회복이 맞물려 여름의 가능성을 더욱 찬란하게 만드는 저녁이었다.
시장은 다시금 불확실성과 희망이 교차하는 문턱에 서 있다. 다음 주 글로벌 경기 지표와 기업 실적 발표 일정이 연이어 예정된 가운데, 투자자와 기업. 그리고 각 가계와 청년 모두가 이번 랠리의 숨결을 오래도록 주목해볼 가치가 커지고 있다. 변동의 곡선은 끝나지 않았으며, 변화의 무늬 속에서 또 다른 방향을 읽어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