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재검토 지휘자가 중앙지검장으로”…박철우 임명에 검찰 내부 반발 우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둘러싼 갈등과 법무부의 인사권 행사가 맞붙었다. 논란의 지휘선상에 있던 검사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장으로 배치되면서 검찰 내부 반발과 조직 안정 사이 긴장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19일 검사장급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해 대장동 항소 포기 이후 생긴 공백을 메우는 한편, 집단행동에 나선 검사장들을 겨냥한 인적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인사 설명자료에서 이번 인사의 핵심 키워드로 검찰 조직 안정과 대검검사급 인적 쇄신을 제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조치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을 맡아온 박철우 사법연수원 30기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한 대목이다. 박 검사장은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여부를 둘러싸고 수사팀에 항소 재검토 의견을 전달한 인물로, 항소 포기 사태의 지휘선상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동하면서 대장동 사건 공소 유지를 직접 책임지는 위치에 서게 됐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서는 박 검사장의 중앙지검장 발탁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대장동 수사팀과 다수 평검사, 일부 검사장까지 항소 포기 결정에 이견을 표한 상황에서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된 인사를 핵심 보직에 앉힌 조치가 조직 안정에 미칠 영향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대장동 항소 포기 다음 날 사의를 표명한 뒤 입장문을 통해 중앙지검의 항소 제기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검 지시를 수용하되 서울중앙지검의 의견이 달랐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냈다고 밝혔었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공소 유지를 담당했던 수사팀 설명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는 항소 제기 방침을 대검찰청에 보고했으나, 대검 반부패부장이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수사팀은 이를 사실상 항소 불허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이후 중앙지검 지휘부를 통해 대검에 항의가 전달됐지만, 대검은 항소 포기 방침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가 대검에 항소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가 이번 인사를 통해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싼 논란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항소 포기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판단 아래, 인사권 행사로 흔들리는 조직 기강을 다잡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수사팀을 비롯해 평검사, 검사장까지 공개적으로 항소 포기 결정에 이견을 표명한 만큼, 논란의 중심에 선 인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조치가 조직 안정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수사팀의 반감이 상당한 상황에서 논란의 인사를 적진 한가운데로 보낸 셈이라며, 조직 안정화나 중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법무부연수원 연구위원 인사도 정치권과 검찰 내부의 관심을 모았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던 검사장급 2명을 고검장으로 승진 또는 전보시키면서 연구위원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둔 것이다. 수원고등검찰청 검사장에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연루된 채널A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정현 사법연수원 27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에는 고경순 사법연수원 28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각각 임명됐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검찰 내에서 이른바 유배지로 불리는 비선호 보직으로 꼽힌다. 이번 인사로 연구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되면서, 대장동 항소 포기 경위를 설명하라는 법무부 요구에 집단 입장문으로 대응했던 검사장들 중 일부가 이 자리에 발령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의 이동이 좌천에 가까운 인사라는 평가가 널리 공유된다. 다만 대검검사급 보직이라는 점에서 직급 강등은 아니라는 점이 강조된다. 그동안 거론됐던 검사장을 평검사로 낮추는 방안은 전례가 없고, 관련 법령과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돼 무리한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특히 집단 입장문을 항명으로 규정해 강등하는 방식은 정치적 논란과 법적 분쟁을 불러올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무부가 인사 설명자료에서 조직 안정을 거듭 언급한 만큼, 무리한 계급 강등 대신 법무연수원 좌천 정도의 범위에서 인사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후속 조처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박철우 검사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과 법무연수원 공석 조성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검찰 내부 기류가 다시 요동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인사를 계기로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 내부의 긴장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법무부는 인적 쇄신을 통한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검찰 내부에서는 인사권을 매개로 한 갈등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정치권은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장동 항소 포기와 고위간부 인사 경위를 따져 묻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관련 논쟁은 다음 정기 국회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