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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3대 지수 일제히 반등”…미국-이란 갈등 완화에 월가 위험선호 심리 회복→연준 금리정책 주목
국제

“뉴욕증시 3대 지수 일제히 반등”…미국-이란 갈등 완화에 월가 위험선호 심리 회복→연준 금리정책 주목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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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여름밤의 맨해튼, 월가의 불빛은 오랜만에 안도와 활력의 기운으로 깊어졌다. 미국과 이란의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긴장이 주춤하며, 뉴욕증권거래소의 3대 주요 지수는 매서운 불확실성의 장막을 걷어내고 0.9%대의 견고한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374.96포인트(0.89%) 오른 42,581.78,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57.33포인트(0.96%) 상승한 6,025.17,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183.56포인트(0.94%) 올라 19,630.97에 종가를 찍었다.  

 

이 뚜렷한 반등의 이면에는, 단단히 조여온 중동의 군사적 팽팽함이 일시적으로나마 풀린 변곡점이 숨어 있다. 이란이 카타르 주둔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 14발을 쏘았으나 미국에 미리 통보하는 절제로 치달은 결과, 직접적 인명 피해와 전면전 우려가 사그라지며 월가의 투자 심리는 급격히 호전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 피해가 없었고 더는 증오가 없기를 바란다”고 담담히 언급한 것은 확전의 불씨를 꺼뜨리는 조용한 선언으로 읽힌다.  

뉴욕증시 3대 지수 0.9%대 상승…미-이란 확전 자제에 위험선호 회복
뉴욕증시 3대 지수 0.9%대 상승…미-이란 확전 자제에 위험선호 회복

불안이 잠잠해진 자리 위에는 위험자산 선호의 열기가 빠르게 스며들었다. 업종별 등락에도 그 변화의 잔영이 드리워졌다. 통신서비스와 의료건강을 빼면 대부분의 섹터가 1% 넘는 오름세를 보였고, 에너지는 딱히 2.51% 내렸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희미해졌음에 따라 엑손모빌과 셰브런은 각각 2.58%, 1.80% 하락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1.80% 상승)는 여전히 시가총액 세계 1위를 지켰고, 메타플랫폼스는 2.37% 올랐다. 테슬라는 오스틴에서 시작된 무인 운행 ‘로보택시’의 훈풍을 타고 8%가량 급등해 이목을 끌었다.  

 

노던트러스트는 뱅크오브뉴욕멜론 인수합병 논의에 8%대 강세를,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 치료제 ‘카그리세마’ 임상 결과가 기대를 밑돌며 5% 넘게 약세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불확실성이 걷히자 7% 이상 곤두박질쳤다. 바이털놀리지의 아담크리사풀리 전략가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검토하나 시장은 원유 대란에 냉정히 대응하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했고,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 장관도 “중동 긴장으로 유가 급등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 무대에선 기준금리 방향이 새로운 관심사로 부상했다. 미셸 보먼 연방준비제도 부의장은 “인플레이션이 통제된다면 다음 회의에서라도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이라 밝혔고, 며칠 전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같은 뜻을 내비쳤다. 시장의 연방기금금리 선물지표(FedWatch)에서는 7월 금리 동결 확률이 77.3%로 전날보다 8%포인트 떨어졌다.  

 

변동성의 바로미터인 VIX 지수는 3.83% 떨어진 19.83에 안착했다. 단기적으로 위험자산의 안도 심리는 계속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중동 변수의 재등장과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전환 기조가 뿌옇게 남아있어, 월가의 긴장감은 완전히 거둘 수 없는 형국이다.  

 

국제사회는 냉온의 시선으로 뉴욕증시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유가부터 통화정책, 지정학적 변화 하나하나가 세계 금융의 흐름에 물감을 입히는 신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도 이 변곡점에서 한발 물러서 있을 여유는 없어 보인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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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뉴욕증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