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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 출석, 피의자 권리 한계 넘었다”…특검, 한학자 통일교 총재 강제수사 시사
정치

“임의 출석, 피의자 권리 한계 넘었다”…특검, 한학자 통일교 총재 강제수사 시사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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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김건희 여사 의혹 수사’와 관련해 다시 긴장 국면에 돌입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소환에 불응하다 자진 출석한 가운데, 특검팀이 강제수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신병 확보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향후 정국의 또 다른 진정선을 예고한다.

 

17일 서울 도심의 특검 사무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세 차례 소환 요구에 불응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임의로 출석했다고 밝혔다. 김형근 특별검사보는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 조사는 피의자(한 총재)가 3회에 걸친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공범 구속 여부를 지켜본 뒤 자의적으로 일자를 택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을 법에 정해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출석을 미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권성동 의원은 전날 영장실질심사 결과 구속됐고, 특검팀이 체포영장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자 한 총재는 이날 주치의와 간호사를 대동해 출석했다. 건강을 이유로 세 차례 소환에 모두 응하지 않았으나, 특검팀은 “조사에 응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나쁘지 않았다”는 시각을 밝혔다. 김 특검보는 “자발적으로 출석할 의사가 있었다면 지난 15일에 했어야 마땅하다”며, 반복된 불응은 피의자 권리 범위 밖의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통일교 한 총재는 윤모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2022년 1월, 권성동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정부 지원을 요청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4~7월에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 청탁에 관여한 혐의도 적용됐다. 공소장에는 한 총재의 뜻에 따라 통일교가 국가 운영까지 청탁했다는 내용, 금품 전달에 대한 승인 정황도 담겼다.

 

특검팀은 이날 심문을 위해 50여 쪽 질문지를 준비했다. 한 총재는 혹시 모를 응급 상황을 대비해 주치의와 간호사를 동행했고, 특검 사무실 지하에는 앰뷸런스가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측은 별도 입장문을 내고 “2015년 이후 심장질환이 있어 약물치료를 받던 중 올해 1월 미국 입원 치료를 거쳤고, 8월 초 시술까지 받았다”며 “비록 합병증 우려가 있으나 법적 절차를 피하지 않겠다는 뜻이 확고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통일교 측은 금품·청탁 전반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한 총재의 ‘불응과 자진출석’이 특검의 신병 확보 방침을 더 강경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김형근 특별검사보가 “법에 정해진 원칙과 절차”를 재차 언급하며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까지 거론한 대목도 주목받았다.

 

한편 특검팀은 웰바이오텍 주가조작 의혹을 두고 구세현 대표와 삼부토건 부회장 이기훈 회장을 각각 18일, 19일 잇따라 소환 조사한다. 웰바이오텍은 삼부토건과 함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선정 기대감으로 시세를 조정, 전환사채 발행·매각 등으로 투자자들이 총 4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권은 특검의 추가 강제수사 여부와 통일교 및 정관계 로비 의혹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회와 특검, 여야가 각각 엄정 대응 및 진상 규명을 강조하는 가운데, 향후 사법 처리와 여론의 파장이 주목된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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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학자#특검#통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