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의 선물”…폴 코너코, 20주년 기념→화이트삭스 팬들 숙연한 감동
시카고의 밤, 20년 전의 영광이 다시 깨어났다. 화이트삭스의 2005년 월드시리즈 우승 20주년을 기념하는 개런티드 레이트필드에는 어느 때보다 진한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팬들이 환호하는 한가운데, 폴 코너코가 레오 14세 교황의 친필 사인이 담긴 특별한 유니폼을 전달받으며 순간의 무게는 더욱 각별해졌다.
화이트삭스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가 맞붙은 이번 경기는 경기 그 이상이었다. 구단은 과거의 우승 주역들과 팬들을 한데 모아 기념행사를 펼쳤고, 시카고 교구장 블레이스 수피치 추기경이 직접 방문해 레오 14세 교황의 메시지를 전했다. 미국 최초의 메이저리그 팬 교황으로 알려진 레오 14세는, 20년 전 1차전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 화이트삭스를 응원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행사의 중심에 선 코너코는 현역 시절 14번을 달고 화이트삭스의 상징이 됐던 인물이다. 2005년 시리즈에서 1차전 멀티히트에 이어 2차전 만루 홈런까지 쏘아올리며 팀의 우승 4연승을 견인했다. 이날 전달된 유니폼은 단순한 수집품이 아닌 구단과 도시, 그리고 팬 모두의 시간을 잇는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연단 옆에는 레오 14세가 20년 전 앉았던 자리 곁에 마련된 기념물이 눈길을 모았다. 손을 흔드는 교황의 모습과 당시 TV 중계 화면 속 친구와 함께 있던 장면이 사진으로 남았다. 팬들은 그 앞에서 조용히 발걸음을 멈췄고, 수십 년이 흐른 기억이 묵직하게 되살아났다.
현장에는 또다른 감동도 더해졌다. 최근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마무리 투수 바비 젠크스를 위한 추모 패치가 유니폼에 부착됐고, 전설적인 투수 마크 벌리의 동상이 공개됐다. 수많은 팬들과 옛 선수들이 함께 울고 웃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온 세월의 무게와 남겨진 이들의 그리움. 시카고 개런티드 레이트필드는 그 모든 감정을 한껏 품어 안았다. 폴 코너코와 2005년의 상징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오늘도 팬들의 가슴 깊은 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이 뜨거운 순간은 7월 13일 현지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화이트삭스의 자부심 속에 오래도록 남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