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폭포와 장미 산책”…중랑구, 더위에도 도심 속 여유를 찾는다
여름만 되면 자연스레 하늘을 한 번 더 올려다보게 된다. 33도를 훌쩍 넘는 더위 속에서, 사람들은 도심 한복판에서라도 작은 피서를 꿈꾼다. 무더위라고 한탄하던 7월의 어느 날, 중랑구 곳곳에선 누구든 마주할 수 있는 여유가 피어난다.
요즘 중랑구 주민들 사이에선 SNS에 폭포 인증샷, 나무 그늘 속 휴식 사진이 부쩍 늘었다. 도심에서 캠핑을 즐기거나,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 전통시장 분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코스가 중랑구의 여름 풍경이 됐다. 실제로 중랑가족캠핑장은 접근성이 뛰어나 바비큐와 피크닉을 겸하는 가족과 친구들로 북적인다. 한여름에도 그늘이 짙은 나무 아래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가 반갑다.

수은주가 오를수록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은 용마폭포공원이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인공폭포 소리와 바람이 어우러져, 짧은 산책마저 작은 피서처럼 느껴진다. 요즘은 감성적인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도 많아, 폐놀이공원인 용마랜드 역시 젊은 세대에겐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 됐다. 장미꽃 시즌이 아닌 계절에도 중랑장미공원 산책로는 그늘과 벤치, 조경이 잘 어우러져 한가로움이 묻어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24일 오전 중랑구의 기온은 33.4도, 습도는 46%로 건조한 편이지만 남풍이 불고, 미세먼지 등 대기 상태는 좋은 날이 많다. 자외선 지수가 높다 보니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 공간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도심 속 자연 회귀 트렌드를 '로컬 감성 피서'라 부른다. 중랑구청 관계자는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일상 공간에 소박한 여유와 치유가 숨어 있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폭포 소리에 답답함이 씻기는 느낌”, “시장 분식이 최고의 힐링”이라는 공감 글이 적지 않다. 중랑구에서 나고 자랐다는 30대 주민은 폭염주의보에도 “용마폭포공원 산책로의 공기 냄새만으로도 기분이 달라진다”고 고백했다.
자외선이 강한 올해 여름, 중랑구 곳곳에서 만나는 자연스러운 피서법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도시에서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작은 실천처럼 느껴진다. 집 가까운 공원, 걸어서 갈 수 있는 전통시장까지—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