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시원한 숨통”…구미, 여름엔 물가와 그늘이 인기
구미의 여름, 33도 가까운 열기에 바람마저 숨을 죽인다. 예전엔 무더위를 참는 것이 당연했지만, 요즘은 그늘 아래나 시원한 물가에서 더위와 거리를 두는 퇴근 후 산책, 가족 나들이가 일상이 됐다.
최근 구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심 속 여행지는 금오산도립공원이다. 해발 976m의 금오산은 울창한 나무 그늘이 깊게 드리워져 폭염 속에도 걷는 이에게 숨 돌릴 틈을 준다. 그 아래로 펼쳐진 금오지 산책로에는 수변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등산을 즐기는 30대 직장인 김서연 씨는 “햇볕을 피할 수 있고, 나무 향기와 시원한 공기가 어릴 적 여름방학을 떠올리게 한다”고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지역 공원 이용객 수가 6월 이후 20% 넘게 늘었고, 포털 사이트에는 ‘구미 피서지 추천’ 키워드 검색량이 급증했다. 도심 내 녹지와 물가의 가치가 점점 부각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선산읍 동락공원 역시 주말마다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북적인다. 넓은 강변 녹지에 야외무대, 물놀이장,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미스트 분사 시설까지 더해져 “올여름 최고의 숨통”이라는 반응이 많다.
더위를 완전히 피해 실내에서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땐 구미과학관이 대안이 된다. 다양한 전시와 체험 활동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유익한 시간을 선물한다. 현장 관계자는 “에어컨 밑에서 눈으로만 보는 전시가 아니라, 직접 만지고 경험하는 이벤트가 여름 방학 피서의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번 여름은 금오산 둘레길에서 아이와 함께 땀을 식힐 생각”, “동락공원 미스트 분수가 아이들에게 신세계였어요”, “날씨 더울 땐 과학관만 한 곳 없다” 후기가 이어진다.
가벼운 피서지만 구미 시민들의 여름 생활에는 ‘그늘’과 ‘물가’, ‘실내 쉼’이라는 작은 변화가 뚜렷하다. 지금 이 흐름은 단순한 더위 피하기를 넘어, 도시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새로운 리듬을 만들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