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심사·호주 도피 의혹 수면 위”…김홍균 전 외교차관, 특검 피의자 출석
공관장 심사의 졸속 논란과 호주 도피 의혹을 둘러싼 정치적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외교라인 수장 출신인 김홍균 전 외교부 1차관이 18일 이명현 해병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경위가 재차 도마에 올랐다. 범인도피 및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소환 조사는 정치권은 물론 외교·국방부 고위직 심사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날 오전 9시 52분, 김홍균 전 차관은 ‘공관장 심사가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의혹’과 ‘심사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외교부에 내린 지시 내용’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조사실로 직행했다. 김 전 차관은 2023년 3월, 이종섭 전 장관이 공수처의 채상병 사건 수사 피의자 신분으로 있던 당시 공관장자격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적격 판정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됐다. 이 판정으로 이 전 장관은 해외 출국이 가능해졌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호주 도피’ 의혹이 제기돼 왔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에 대한 자격 심사 과정의 적법성, 대통령실과 외교부 간 소통 내용, 형식적 절차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심사 실무 담당 외교부 관계자들은 최근 특검 조사에서 “대면 회의 없이 서면 심사만 진행됐고, 이미 ‘적격’으로 표기된 서류에 단순 서명만 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무공무원임용령은 심사위원 과반 출석과 외국어·도덕성 등의 종합 평가를 규정하고 있어 위원회의 정식 개의 및 평가 과정 준수 여부가 향후 수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섭 전 장관도 전날 소환돼 대사 임명, 출국, 귀국, 사임 등 전 과정에 걸친 조사를 받았다. 다만 범인도피 혐의는 주로 은닉·도피를 돕는 자를 대상으로 하고, 이 전 장관은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에 임했다. 한편 이 전 장관의 핵심 참모로 알려진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역시 이날 특검에 출석했다. 직권남용 및 모해위증 피의자 신분으로서 네 번째 조사에 응한 박 소장은 취재진 질의에 “성실하게 조사받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박진희 전 보좌관은 2023년 7월~8월 채상병 사건 관련 수사 기간 중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외압 혐의를 받으며, 이 period 동안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등 관련자들과의 긴밀한 연락 정황도 확보됐다. 특히 지난해 8월 국방부 수사라인에 전화를 걸어 “장관이 전화 와서 혐의자 일부를 축소하자고 했다”는 취지로 개입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이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혐의자 명단에서 제외된 사실도 특검의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특검팀은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및 국회 위증 의혹, ‘멋쟁해병’ 대화방 등으로 수사를 넓히고 있다. 사업가 최택용 씨는 ‘멋쟁해병’ 대화방에서의 로비 논의 여부 및 국회 증언 내용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두 번째 출석했다. 최 씨는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로비 관련 논의 없었고, 위증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지난 3일 국회 법사위는 최택용 씨가 ‘삼부’ 의미 등 관련 국정감사 증언에서 위증했다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따라 특검은 박진희 전 보좌관의 모해위증 의혹, 임 전 사단장의 혐의자 제외 과정, 최 씨의 대화방 및 국회 진술까지 다각도의 진상 규명에 나서고 있다.
정치권은 특검의 고위직 소환 및 수사 확대를 주시하고 있으며, 향후 위원회 절차 전반에 대한 공정성 논란과 함께 대통령실 지시 여부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검팀은 관계자 소환 조사를 이어가며 내주 중간 수사 결과를 정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