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조희대 사법부, 인혁당 시절과 다른가 의문"…정청래, 잇단 영장 기각 정면 비판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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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를 둘러싼 갈등이 여야를 관통하는 정치 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최근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을 겨냥해 내란 옹호 의심까지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향후 사법부와 정치권의 관계가 한층 거칠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9일 대구시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정 대표는 "조희대 사법부는 내란이 진압된 이후, 내란이 진압된 것을 확인한 이후 걸핏하면 사법부 독립을 외치고 있다"고 말하며 현 사법부가 정치적 중대 사안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최근 법원이 내란 연루자로 지목된 인사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연이어 기각한 점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그는 "연이어 내란 연루자들의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다"며 "내란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 내란을 옹호하는 것으로 흐르고 있다는 국민적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영장 기각이 누적되면서 사법부가 내란 관련 혐의에 관대하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정 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한 현 사법부 인사들을 겨냥해 "8·16 사법부 독립운동가들이 아닌지 스스로 비겁함을 돌아보시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그는 '8·16 독립운동가'라는 표현에 대해 "일제 치하 때 독립을 외치지 못하다가 1945년 8월 15일 해방이 된 이후 독립이 된 것을 확인한 다음에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사법부가 정권의 힘이 약해진 뒤에야 뒤늦게 독립을 주장했던 과거와 다르지 않다는 비유다.

 

정 대표는 군사독재 시절 대표적인 사법 참사로 꼽히는 인민혁명당 사건도 언급했다. 그는 "제가 초선 때 인혁당 사법살인 피해자분들의 묘지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대구에 오면 그 생각이 먼저 난다"고 회상했다. 이어 "우리가 인혁당 사건을 많이 얘기하는데 그때가 50년 전, 올해 50주기"라고 말하며 역사적 책임 문제를 다시 꺼냈다.

 

정 대표는 군사정권 시기 사법부 행태와 현재를 직접 비교했다. 그는 "(군부독재 시절) 검사의 공소장을 베껴서 판결문을 썼던, 아니 판결문을 베끼고 복사했던 그런 부끄러운 사법부의 역사를 우리는 기억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0년 전 사법부와 지금의 조희대 사법부는 과연 다른가, 그런 근본적인 의문을 가져본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권력과의 긴장 대신 정치적 사건에서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이다.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의 발언을 두고 사법부와 제1야당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여권 일각에서는 법원 비판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야권은 영장 기각의 법리와 과정을 두고 추가 문제 제기에 나설 태세다.

 

향후 대법원과 하급심 법원은 내란 연루 의혹 사건과 관련된 재판과 영장 심사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국회는 사법개혁 논의와 맞물려 사법부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정치권은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 사법부를 두고 한동안 치열한 대립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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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더불어민주당#조희대사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