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3로 검색까지 바꾼다”…구글, MS와 동시 공개로 AI 주도권 겨냥
생성형 인공지능 경쟁이 검색과 업무 플랫폼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구글이 최신 대규모 AI 모델 제미나이3를 공개하며 기술 패권 경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AI 거품론이 거세지고 있지만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날 발표를 택해 투자 위축보다는 장기 기술 주도권을 앞세우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신모델이 검색 서비스에 즉시 탑재된 점과 에이전트 제품군을 동반 공개한 점을 놓고 생성형 AI가 단순 대화 도구를 넘어 일·생활 전반을 자동화하는 인프라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구글은 18일 미국 현지 시간 기준으로 제미나이3 시리즈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 3월 제미나이2.5 이후 약 8개월 만의 메이저 업데이트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제미나이3가 창의적 아이디어 속 미묘한 단서를 포착하고 복잡한 문제를 다층적으로 분해해 해결하는 고도화된 추론 능력을 갖춘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모델이 요청의 컨텍스트와 의도를 보다 정확히 파악해 최소한의 프롬프트만으로도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도록 설계됐다며, 2년 전과 비교해 AI가 텍스트와 이미지를 단순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상황의 분위기와 뉘앙스를 이해하는 단계로 진화했다고 강조했다.

기술 성능을 보여주는 지표로 구글은 제미나이3 프로가 이른바 인류의 마지막 시험으로 불리는 최고난도 AI 벤치마크에서 정답률 37.5퍼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별도의 검색 툴이나 외부 도구를 활용하지 않은 순수 모델 점수 기준으로 경쟁 모델인 GPT5 프로의 30.7퍼센트를 상회했다는 설명이다. 구글은 제미나이3 프로가 과학과 수학 등 난이도 높은 분야에서 복합 문제를 높은 신뢰도로 해결하며, 답변 스타일 또한 간결하고 직설적인 방향으로 튜닝해 상투적 표현과 과도한 아첨을 줄이고 실질적 통찰을 제공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신형 모델을 곧바로 검색 서비스에 연동한 점이다. 엘리자베스 리드 구글 검색 부문 부사장은 제미나이3를 구글 검색의 AI 모드에 즉시 적용했다고 밝히며, 제미나이 계열 모델이 출시 첫날부터 검색에 직접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는 검색창에서 AI 모드를 선택해 복잡한 질의에 대한 요약, 비교, 단계별 설명 등 제미나이3의 추론 기능을 바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해당 기능은 우선 미국 시장에 제공되고, 이후 다른 국가로 순차 확대된다는 계획이다.
구글은 검색 외에도 제미나이 앱 전반을 개편해 생성형 인터페이스와 제미나이 에이전트를 함께 공개했다. 생성형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의 프롬프트 패턴과 과업 유형에 따라 화면 구성과 응답 형식을 스스로 재구성하는 적응형 사용자 환경을 지향한다. 예를 들어 코드 리뷰를 요청하면 구조화된 코드 블록과 비교 테이블 중심의 인터페이스가, 기획안 작성을 지시하면 개요, 타임라인, 액션 아이템이 자동 정렬된 문서형 인터페이스가 제시되는 식이다.
제미나이 에이전트는 사용자를 대신해 여러 단계가 필요한 작업을 조율하고 실행하는 역할 기반 도구로 제시됐다. 이메일와 일정, 문서, 웹 검색 결과를 연동해 회의 준비와 후속 정리, 자료 수집까지 통합 처리하는 등 복합 워크플로를 담당하는 구조다. 구글은 이를 자사 AI 울트라 멤버십 구독 고객에게 우선 제공해 고급 기능을 중심으로 초기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제삼자 개발자가 활용할 수 있는 에이전트 생태계 구축이 관건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개발자를 겨냥한 플랫폼으로는 구글 안티그래티비를 공개했다. 안티그래티비는 다양한 제미나이 모델과 도구를 기반으로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설계할 수 있는 개발 환경으로, 애플리케이션 내에 대화형 상담 도우미나 업무 자동화 봇을 내장하고자 하는 기업을 겨냥한다. 권한 관리, 작업 이력 추적, 외부 시스템 연동 같은 관리 기능을 함께 제공해 대규모 배포를 염두에 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날 마이크로소프트도 연례 행사 이그나이트를 통해 에이전트365, 워크 IQ, 워드와 엑셀, 파워포인트 에이전트 인 챗 등 새로운 AI 서비스 묶음을 공개했다. 에이전트365는 다양한 업무용 에이전트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제어할 수 있는 통합 제어 플랫폼이며 워크 IQ는 조직의 사용자, 역할, 업무 맥락을 학습해 코파일럿이 보다 정교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도록 하는 지능형 레이어다. 오피스 제품군용 에이전트 인 챗 기능은 채팅 인터페이스 하나에서 문서, 스프레드시트, 프레젠테이션을 동시에 생성하고 공동 편집할 수 있게 설계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업무 도메인 특화 에이전트를 전면 배치하는 가운데 구글도 제미나이3와 에이전트, 개발 플랫폼을 한꺼번에 공개한 것은 양사가 같은 전장을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글이 예년보다 신모델 출시 시점을 다소 앞당겨 마이크로소프트 행사와 같은 날을 선택한 점도 경쟁사를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사 모두 생성형 AI를 토대로 생산성 소프트웨어, 검색, 클라우드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플랫폼 락인 전략을 강화하는 국면이라 실제 고객 확보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미국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AI 투자를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월가에서는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칩, 모델 개발에 투입하는 막대한 자본 지출 규모가 수익 창출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AI 관련 기업 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 여파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테슬라 등 대표 기술주의 주가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는 조정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는 AI 관련 발표와 서비스를 멈추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행보를 두고, 단기적인 밸류에이션 부담과 거품 논란이 존재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AI 인프라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투자자에게 재확인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한다. 특히 검색과 문서 작성, 소프트웨어 개발, 고객 지원 등 기존 핵심 수익원과 직결된 영역에서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릴 경우, 초기 투자 부담을 상쇄할 신규 매출원이 충분하다는 판단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순다 피차이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AI 거품 붕괴가 발생하더라도 구글은 잠재적 충격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동시에 그 어떤 기업도 시장 조정의 영향을 완전히 비켜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해 단기 변동성 가능성은 인정했다. 그는 과거 인터넷 거품 붕괴 시기에도 인터넷 기술 자체의 가치는 부정되지 않았던 것처럼, AI 역시 일시적 조정 국면을 거치더라도 산업 전반을 재편하는 구조적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는 장기 낙관론을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제미나이3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신형 에이전트군 공개를 생성형 AI 경쟁의 2단계 신호로 보고 있다. 모델의 성능 지표 경쟁을 넘어, 검색과 업무 도구, 클라우드 서비스에 얼마나 빠르고 깊게 녹여낼 수 있는지가 승부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불확실성과 투자 거품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산업계는 이번 세대 AI 기술이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어떤 생산성 개선과 매출 성장을 입증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자본, 시장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향후 빅테크 주도권 경쟁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