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경이 남긴 조용한 노래”…뮤지컬 ‘은경’, 북한 10대 소년의 꿈과 용기→관객 울림 폭발
따사로운 조명이 무대 위를 물들일 때, 뮤지컬 ‘은경’은 북한의 평범한 10대 청년이 직접 써 내려간 하루의 기록으로 관객의 눈길을 끈다. 일상과 꿈이 교차하는 순간, 음악과 담백한 언어가 조용히 마음을 두드린다. 어쩌면 우리가 잊고 살았던 북녘의 골목, 그리고 청춘의 소박한 감정들까지 그려내며 보는 이의 시선을 머물게 했다.
뮤지컬 ‘은경’은 남과 북을 가르는 선 앞에서도 꺼지지 않는 청춘의 희망과 용기를 무대 위에 정성스럽게 펼쳐낸다. 원작 에세이 ‘은경이 일기’의 진솔한 기록을 바탕으로, 맑고 선명한 음악과 깊어진 감동의 서사를 엮어낸 점이 흥미롭다. 지난해 쇼케이스에서는 통일 인식과 북한 이해 확대라는 사회적 의미를 더했으며, 관객들은 무겁지 않은 공감과 신선함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사상이나 이념 대신 각각의 인물은 삶의 현실 속에서 소중한 꿈과 우정, 사랑, 그리고 성장의 순간을 자신만의 언어로 진심 어린 고백처럼 노래한다.

특히 주인공 은경 역 신선주, 정철 역 이지현·김우진, 진옥 역 우현이, 멀티 역 이표민·양혜선 등 실력파 배우들이 각기 다른 색채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일상에 깃든 작은 기쁨과 성장이 노래로, 대사로 녹아드는 무대가 남북 청년 모두의 내면을 자연스레 건드린다. 현실의 그늘을 넘어 순간의 행복, 미래를 향한 작은 용기를 전하는 장면들은 오히려 조용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공연은 그 자체로 통일교육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음악과 무대를 통해 시종일관 진정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교과 과정과 연계한 무료 관람을 마련해 교육 현장 안팎 모두에서 의미를 더한다. 관객들은 북한 청년 역시 나와 다르지 않다는 진실을 자연스레 깨닫게 되며, 평범한 삶이 지닌 힘과 치유를 공연 내내 경험한다.
서울 CKL스테이지에서 7월 9일부터 13일까지, 대구학생문화센터 소극장에서 17일부터 19일까지 펼쳐지는 뮤지컬 ‘은경’은 남과 북을 넘어 또 다른 청춘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강렬한 공감의 물결을 선사할 전망이다. 평범한 다른 누구처럼 내일을 꿈꾸는 한 소녀의 일상이 음악과 연기를 통해 어떻게 마음 깊이 번질지 기대가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