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제품 생산라인에 AI 휴머노이드 투입”…日히타치, 중국 의존도 낮추며 로봇시장 진입 본격화
현지시각 기준 18일, 일본(Japan)에서 전기·전자 대기업 히타치제작소가 공장 자동화를 위해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을 2028년 3월까지 자사 전기제품 생산라인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중국 등 해외 업체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급성장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본격 진입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되며 글로벌 제조·로봇 산업에 파장을 낳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히타치제작소는 공장 자동화 고도화를 목표로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제 생산 현장에 배치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현지시각 기준 18일 공개된 구상에 따라 회사는 우선 최대 수십 대 규모의 로봇을 시범 투입해 생산성, 품질, 비용 절감 효과를 검증한 뒤, 성과가 입증되면 외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제품 판매도 검토할 계획이다.

히타치제작소가 개발한 로봇은 사람과 유사한 양팔 구조를 갖추고 각 팔에 손가락 두 개씩이 달린 형태로 설계됐다. 다리를 장착하지 않고 바퀴로 이동하도록 한 설계가 특징으로, 복잡한 보행 기능 대신 공장 내부에서의 안정적인 이동성과 작업 효율을 우선한 구성이다. 회사 측은 사람이 생산라인에서 수행하는 작업 동작을 수십 차례 반복해 보여주고, 그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로봇을 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AI 학습을 마친 휴머노이드 로봇은 전기제품의 배선을 고정하거나 전자기판을 끼워 넣는 등 기존 산업용 로봇이 수행하기 어려웠던 섬세한 정밀 조립 공정을 담당하도록 설계됐다. 히타치제작소는 로봇을 우선 도입할 구체적인 공장 위치를 추후 결정하겠다고만 밝혀, 향후 어떤 생산 거점이 1차 시험무대가 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일본 제조업계가 직면한 구조적 과제와도 맞물려 있다. 일본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심화하고 있으며, 제조라인의 자동화·무인화 수요가 꾸준히 확대돼 왔다. 특히 정밀 조립과 주문형 생산이 늘어나면서 기존 고정식 산업용 로봇만으로는 대응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유사한 동작을 구현할 수 있어 기존 설비 변경을 최소화하면서도 공정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히타치제작소의 이번 프로젝트가 중국과 미국(USA) 등 외국 업체에 대한 일본 내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의존도를 줄이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에는 현재 유력한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 기업이 많지 않아, 향후 관련 제품 보급이 본격화될 경우 중국산을 포함한 수입 로봇에 대한 의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노무라종합연구소 등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작하는 업체는 약 220곳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중국 기업이며, 미국 업체가 전체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 산업, 물류, 방위 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서 노동력 부족을 완화할 수단으로 휴머노이드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 기업이 시장 초기 주도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시장 전망도 히타치제작소의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 일부 분석에서는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보급 대수가 2050년 10억 대를 넘어설 수 있으며, 관련 시장 규모가 5조 달러, 한화로 약 7천391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시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런 성장성이 일본 기업들에 새로운 산업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술·표준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외국 기업 의존 심화라는 리스크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내에서는 히타치제작소 외에도 다양한 주체가 휴머노이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와세다대와 무라타제작소가 공동 설립한 기업, 가와사키중공업 등도 각각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로봇 산업이 기존 산업용 로봇 강국이라는 위상을 휴머노이드 분야로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중국과 미국의 휴머노이드 기술 경쟁이 가속하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까지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선언하면서, 글로벌 제조업과 로봇 산업의 경쟁 구도는 한층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공장 자동화와 노동시장 구조 변화, 기술 표준 주도권을 둘러싼 각국의 움직임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보급 속도와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일본 기업의 행보가 아시아 제조 거점의 공급망 구조와 기술 자립 전략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