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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루, 천안의 고요함을 걷다”…자연과 역사가 스며든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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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루, 천안의 고요함을 걷다”…자연과 역사가 스며든 일상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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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흐린 날씨에도 천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그저 거쳐 가는 도시였던 천안이 이제는 역사의 향기와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쉼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천안은 태조 왕건의 설화가 깃든 곳으로, 오랜 시간 다양한 문화가 교류한 내력을 지닌 도시다. 18일 오후, 기온이 24.4도에 이르는 흐린 하루에도 동남구 각원사길의 산자락을 걷는 이들은 숲의 내음과 사찰의 고요함에 기대곤 한다. 거대한 청동대불 앞에서는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단풍으로 새로운 얼굴을 만난다. “가끔 흐린 날에 이 길을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조용한 용기를 얻는다”고 SNS에 남긴 방문객의 글이 요즘 화제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천안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천안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각종 여행 후기와 맛집 인증이 SNS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며, 지난 해 천안시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 공간 역시 활기를 띠는 중이다. 태조산을 끼고 자리한 리각미술관은 야외 조각과 현대미술이 어우러진 시민들의 쉼터로, “예술이란 결국 일상과의 대화”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미식도 빠질 수 없다. 동남구 병천면 아우내순대길을 찾으면 저마다의 비법이 담긴 순대와 국밥을 맛보려는 이들로 붐빈다. 한 식당 주인은 “흐린 날 따끈한 순대국밥 한 그릇이면 삶의 피로가 녹아내린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SNS엔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의 위로’를 공감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예전엔 그냥 지나치던 천안이었는데, 요즘은 일부러 들러서 천천히 걷고 밥을 먹는다”는 목소리가 많다. 사찰에서의 평온한 산책, 미술관에서 작품 사이를 거니는 여유, 그리고 허기진 속을 채워주는 순대국밥. 그 작은 행위들이 일상 속에서 자신을 다정하게 보듬는 방법이 됐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흐린 날의 천안은 그저 비를 머금은 도시가 아니라, 새로움을 느끼고 삶의 리듬을 다시 적시는 ‘하루의 기호’가 돼간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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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각원사#병천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