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자체중력, 10배 빠르게”…KISTI-서울대, 슈퍼컴퓨터 핵심기술 확보
천체물리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자체중력 계산 속도와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신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서울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선보인 이 알고리즘은 구면좌표계(구(球) 형태 좌표계)에서의 자체중력 계산을 10배 이상 빠르게 수행하면서 오차율은 0.1% 미만으로 줄이는 성능을 보여, 슈퍼컴퓨터 기반 우주 시뮬레이션의 패러다임 전환이 기대된다. 업계는 이번 성과를 ‘초고성능컴퓨팅 경쟁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KISTI 김용휘 선임연구원, 서울대 김웅태 교수팀이 함께 이번 기술을 개발했다. 새 알고리즘은 천체의 위치와 운동을 위도·경도·반지름으로 표현하는 구면좌표계 구조에 최적화됐다. 기존 방식은 한쪽 방향에서만 연산을 가속하거나, 전체 영역을 모두 일일이 계산해야 해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대상을 여러 부분으로 나눈 뒤 각 영역의 결과를 결합하는 분할정복법과, 반복적인 계산 중복을 줄이기 위한 사전 계산값 재사용 방식을 병행해 처리 효율을 극대화했다. 실제 시험 결과, 기존 대비 10배 이상의 연산 속도 향상과 0.1% 미만 오차율을 달성해 계산 시간과 자원 효율 모두를 크게 끌어올렸다.

이 기술은 행성 형성, 은하 진화, 우주 초기 모습 재현 등 천체물리 시뮬레이션에 핵심적으로 활용되는 자체중력 연산의 계산 병목을 해소한다. 특히 슈퍼컴퓨터의 동일 자원으로 더 넓은 우주 공간, 더 긴 시간박의 모사가 가능해지고, 남는 자원을 자기장·복사 같은 물리 현상 추가 연구에 할당할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대표적 슈퍼컴퓨터 유체역학 코드(FARGO3D, Athena++ 등)에 이번 알고리즘을 탑재해 실용화했다. 병렬처리와 GPU 기반 연산 효율화까지 반영했다는 점에서, 곧 도입되는 슈퍼컴퓨터 6호기에도 자연스럽게 적용 가능하다.
국내 슈퍼컴퓨터 과학 분야의 경쟁력 역시 한 단계 올라설 전망이다. 글로벌 천체물리 시뮬레이션 커뮤니티에서도 구면좌표계 자체중력 계산의 병목 해소는 주요 미해결 과제로 꼽혀 왔다. 미국, 유럽 등은 다양한 수치해석 및 병렬처리 기법 개발에 주력했으나, 대규모 우주 모사용 고정밀·고속 알고리즘 확보는 쉽지 않았다. 이번 성과로 KISTI와 서울대가 선도적 위치를 확보한 셈이다.
국가 초고성능컴퓨팅 인프라와의 연계도 강화된다. KISTI 강지훈 첨단과학컴퓨팅센터장은 “이번 성과가 국가전략 차원의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활용 고도화 사업 추진에도 맞물려 있다”며 “슈퍼컴퓨터 6호기가 실제 연구 저변을 넓히는 데에도 직접적 기여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천체물리 연구자들은 이번 알고리즘 기술이 실제 우주 시뮬레이션 해상도와 정밀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국내 슈퍼컴퓨팅 기술력이 실질적인 글로벌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향후 시장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