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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프로2, 가격도 성능도 그대로”…애플 XR 시장 전략의 득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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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컴퓨터와 확장현실(XR) 시장의 패러다임이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다. 애플이 차세대 XR 헤드셋 ‘비전 프로2’를 가격, 사양 면에서 전작과 거의 차별 없이 선보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는 ‘정체된 혁신’과 ‘새로운 경쟁’의 분기점에 주목하고 있다. XR 시장의 현재와 전략을 가르는 변곡점이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애플은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자료 유출 등 외부 신호와 함께 내부 개발 소식이 전해지며, 2세대 공간컴퓨터 ‘비전 프로2’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스펙은 M2 칩에서 최신 M4 칩으로 업그레이드되고, 2나노미터(nm) 칩셋 적용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업계에서는 센서 구성 등 부가 기능 일부가 축소될 수 있으나, ‘아이사이트’ 등 불필요한 기능 제거와 사양 일부 개선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가장 강한 논란은 ‘3499달러(한화 약 491만원)’라는 고가 정책 유지 여부다. 실제 외신과 업계 전문가들은 “전작 가격과 동일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어, 미국·한국 등 주력 시장에서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는 지적이 높다. 첫 비전프로 역시 콘텐츠 부족, 활용성 한계 등으로 판매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만큼, 유사 수준의 신제품이 변화 없이 출시될 경우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기술적으로는 M4 칩 업그레이드 외에, 초기 비판 대상이던 ‘아이사이트(EyeSight)’ 센서 기능과 같은 일부 불필요한 요소 제거로 원가를 일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사이트는 외부 디스플레이로 사용자 표정을 디지털화해 보여주는 기능으로, 실제 실효성 대비 원가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일각에서는 “‘스마트 안경’ 개발 전 단계로서 시장 존재감을 유지하는 데 전략적 초점이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시장 적용성 측면에서 1세대 비전 프로가 메타 퀘스트3 등 저가 XR 기기 대비 콘텐츠 생태계, 가격 모두에서 열세였던 점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업계는 “애플이 조기 시장 선점보다는 프리미엄 사용자 데이터 확보와 후속 AR 스마트안경 개발을 위한 교두보 축적에 집중하는 셈”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글로벌 XR 생태계의 경쟁 구도도 변화가 예고된다. 삼성전자와 구글이 실질적으로 협업해 내놓는 첫 안드로이드 기반 XR 기기 ‘프로젝트 무한’이 올해 하반기(이르면 10월) 출시된다. 초도 생산량 10만대 수준이 거론되는 프로젝트 무한은 퀄컴 스냅드래곤 XR2+ 2세대 칩, 3800ppi 마이크로OLED 패널 등 프리미엄 하드웨어와 구글의 AI ‘제미나이’, 안드로이드 앱 생태계 연계 등 사용성에서 차별성을 갖췄다.

 

특히 프로젝트 무한은 기기 공개와 동시에 정식 판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메타가 70% 이상 시장 점유율을 점하는 상황에서, VM(비전 프로-메타)에 이은 ‘삼성-구글’ 연합이 충분한 착용감과 앱 활용성으로 견고하게 도전장을 던지는 그림이다.

 

글로벌 주요 기업이 XR 시장 초기 전략을 달리 가는 가운데, 국내외 각국 정부와 규제당국은 여전히 개인정보, 콘텐츠 규제, 디바이스 안전 기준 등 시장 활성화와 이용자 보호 규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

 

전문가들은 “XR 시장이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단순 하드웨어 경쟁보다, 실질적인 콘텐츠 혁신과 사용자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이 관건”이라고 진단한다. 산업계는 이번 애플의 보수적 신제품과 삼성-구글의 신규 도전이 실제 XR 시장 판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시하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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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비전프로2#프로젝트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