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팔로 신장이식 시대”…서울아산병원, 아시아 첫 다낭성 환자 성공 → 수술 패러다임 전환 신호
로봇 기반 신장이식 수술이 고위험 유전질환 환자 치료의 새 전기를 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췌장이식외과 신성·김진명 교수팀이 다낭성 신증후군으로 신장이 7배까지 커진 20대 여성 환자에게, 세계 세 번째·아시아 최초로 로봇수술을 이용한 신장이식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로봇 플랫폼이 고난도 이식 환경에 적용돼, 환자 본연의 삶의 질 향상과 의료 현장 패러다임 전환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의료계는 이를 ‘이식외과의 디지털 혁신 경쟁’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신 교수팀은 지난 16일 선천성 유전질환인 상염색체 우성 다낭성 신증후군을 앓아 만성 신부전까지 진행된 24세 환자에 대해, 기존 비대해진 양측 신장을 로봇팔로 제거하고 공여자 신장을 복강경을 통해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수술은 1cm 크기 세 개의 작은 절개와 신장 삽입창 6cm만을 통해 진행됐다. 종전에는 환자 안전상 개복수술이 일반적이었으나, 이번 사례는 처음으로 좁은 공간에서 로봇팔을 이용해 출혈과 합병증을 최소화했다.

로봇 신장이식은 집도의 수술 손떨림을 줄이고, 고해상도 3D 카메라로 세밀한 장기 해부를 실현한다. 기존 방식 대비 절개 범위가 작아 감염·탈장 위험뿐 아니라 통증과 회복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이번 환자도 평소 대비 신장이 7배 이상 커진 극단적 고위험군이었음에도 수술 후 출혈이나 장기 손상 없이 일주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는 기존 개복 방식의 평균 회복 기간보다 크게 단축된 결과다.
다낭성 신증후군은 1,000명 중 1명꼴의 발병률을 가진 대표적 유전질환이다. 신장에 수백 개의 낭종이 발생해 점차 신장이 비대하며, 결국 신장 기능이 마비돼 생명에 위협을 준다. 이 질환에서 신장이식은 필수지만, 기존 신장을 반드시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개복 수술만이 선택지였다.
로봇 이식 플랫폼의 확대는 미용적·기능적 회복에서 환자 만족도를 현격히 끌어올릴 뿐 아니라, 신장이식 대상의 연령과 고위험군 범위 자체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미 180례의 로봇 신장이식 경험을 축적했으며, 미국 등 일부 선진 의료기관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아시아에서 관련 임상 및 데이터가 처음 구축된 셈이다. 글로벌 기준에서도 미·유럽 소수 센터만이 고난도 환자에 로봇 신장이식을 적용하고 있다.
윤리적으로는 고가의 로봇 플랫폼 탑재 수술이 어디까지 표준치료로 확장될지, 건강보험 적용과 의료진 훈련 등 해결 과제도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신 교수팀은 “환자 개별 질환 특성에 따라 적합한 수술법을 의료진과 충분히 논의 후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예술적 손끝 의존이 컸던 고위험 이식 분야도 로봇 기반 플랫폼 전환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단 기존 로봇기술의 표준화·통제성, 윤리적·경제적 검증 체계가 뒤따라야 산업·임상 양쪽 성과가 지속가능하다”고 짚었다. 산업계는 이번 성과가 실제 의료 시장 내 확산과 임상 표준화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