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운영의 교차점”…크로퍼드, 알바레스 격침→3체급 챔피언 신화 완성
7만여 명 관중의 함성, 그리고 링 위를 가르던 링 조명 아래, 테런스 크로퍼드는 침묵과 폭발 사이를 가장 극적으로 오갔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밀려오는 긴장감은 서서히 끓어올랐다. 알바레스의 압박을 넘어서며 역사의 한 장면을 완성한 크로퍼드, 이날의 벨트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복싱계 질서를 새로 썼다.
1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슈퍼 미들급 통합 타이틀전은 세계 복싱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크로퍼드는 카넬로 알바레스를 상대로 침착하면서도 치밀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8라운드까지 팽팽한 탐색전이 이어진 가운데, 후반 9라운드부터 크로퍼드는 압박을 조여가며 알바레스를 흔들었다. 알바레스는 반격을 꾀했으나 슈퍼 미들급 벨트의 무게를 버티지 못했다.

심판 전원일치 3-0 판정(115-113 115-113 116-112)이 발표되는 순간, 복싱 전설의 교차점을 증명하듯 만원 관중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크로퍼드는 이날 승리로 슈퍼 라이트급, 웰터급을 넘어 슈퍼 미들급에서도 복싱 4대 메이저 기구(WBA·WBC·IBF·WBO) 통합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는 진기록을 썼다.
경기장에는 마이크 타이슨, 에반더 홀리필드, 로이 존스 주니어, 토머스 헌즈 등 세계 복싱계의 전설들이 한자리에 모여 명승부의 무게감을 더했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는 역대 최다 관중인 7만482명이 들어찼다. 이는 복싱 역사상 손꼽히는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이번 경기는 전통적인 유료 시청(PPV) 방식을 벗어나 넷플릭스가 생중계를 맡으면서,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복싱계 관계자들은 “넷플릭스 중계 덕분에 과거 지상파 중계의 전성기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시청자를 기록할 것”이라 내다봤다. 아울러 UFC 회장 데이나 화이트의 복싱계 합류로 인해 앞으로 빅매치가 디지털 플랫폼에서 쉽게 중계되는 흐름이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하루가 지날수록 링 위에 남는 기록과 팬들의 울림은 이어진다. 스타디움에 가득했던 숨소리, 대기실로 향하는 두 선수의 걸음에 남은 감정들. 넷플릭스를 통한 빅매치의 시작, 복싱은 새 무대 위에 또 한 번의 서사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