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의 어둠, 빛으로 물들다”…광명에서 만나는 과거와 현재
여행을 계획할 때, 날씨와 목적지가 풍기는 분위기는 늘 고민의 한 축이 된다. 흐리거나 비오는 날엔 바깥 활동이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이런 날씨야말로 도시 속 색다른 장소와 경험을 만나는 데에 묘한 매력을 더한다. 오늘처럼 비 내리는 9월의 광명시는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창조가 공존하는 곳, 잊혀진 폐광이 문화를 입고 태어난 신비로운 공간이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광명시 가학로에 위치한 광명동굴은 오랜 시간 굳게 닫혀 있던 역사의 한 켠을 조용히 밝혀주는 랜드마크다. 일제강점기 자원 수탈의 상처를 남긴 채 버려졌던 폐광이 이제는 다채로운 조명과 예술 작품, 아쿠아리움, 황금폭포 같은 명소로 변신했다. 동굴 안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자연의 온도를 지켜, 궂은 날씨에도 쾌적하게 탐방할 수 있다.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와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실내 감각을 더해주면, 가족과 함께 하는 체험의 재미도 배가된다. 실제 방문객들은 “아이와 함께하는 역사 체험에 색다른 감동이 있다”고 느꼈다.

이런 현상은 데이터로도 뚜렷하다. 광명동굴은 연 평균 100만 명 이상이 찾으면서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빗속을 피해 실내 명소를 찾는 이들이 늘고, 역사와 휴식, 예술을 모두 누릴 수 있는 복합공간이 여행 방식의 변화를 이끈 것이다.
특히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인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요즘 떠오르는 ‘지속 가능 라이프’의 전형을 보여준다. 버려진 물건에 디자인적 감각을 불어넣어 새로 쓰임을 찾는 전시는 상상력과 실용성을 동시에 자극한다. “환경문제의 답도, 즐거움도 모두 일상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트렌드 분석가의 말처럼, 이곳은 아이에서 어른까지 모두가 창의적 경험을 즐기고 또 실천할 수 있게 돕는다.
비오는 날 빠질 수 없는 여정은 바로 광명전통시장. 500여 개 점포 사이로 퍼지는 빈대떡과 칼국수, 바삭한 도너츠의 냄새는 여행자의 허기뿐 아니라 마음까지 채워준다. 시장 내 먹자골목을 지나면, 지친 발걸음도 어느새 가벼워진다. 노란 네온 아래 골목골목을 메운 사람들은 “양 손 가득 장을 봐도, 마음이 먼저 포만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지하철 7호선이 개통되면서 접근성도 뛰어나, 평일 오후에도 가족 단위 방문객과 관광객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광명동굴은 어둠을 꼭꼭 품고 있으면서도 기대 그 이상의 빛을 만날 수 있다”, “전통시장에서의 한 끼가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햇볕 좋은 날에도, 비 내리는 흐린 오후에도 광명은 저마다의 속도로 채워진다.
폐광의 동굴, 재생된 예술 공간, 오래된 시장——이 모든 장면은 지금의 광명시를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가 맞닿는 특별한 곳으로 만든다. 여행은 떠남이자 발견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