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쳤던 시간의 후회”…김지호, 고백 끝에 온 화해의 온기→시린 용기로 향하다
조용히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든 김지호의 목소리에는 세월의 결이 서려 있었다. 웹 예능 ‘지금 백지연’에 출연한 김지호는 누구나 한 번쯤 마주했을 법한 불안과 후회, 그리고 용기 없는 자신을 고백하며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울림을 전했다. 결혼과 출산 이후 찾아온 여러 작품 제안에도 불구하고, “또 해내지 못하면 어쩌나”라는 불안으로 문턱을 넘지 못했던 지난 시간을 그는 담담히 인정했다.
드라마에 도전했던 날들도 있었지만, 실망과 자책은 무게가 돼 그를 자주 집으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과거의 김지호가 선택한 도피는 순간엔 안전했으나, 돌이켜보면 용기 없는 자신을 남겼다는 쓸쓸한 통찰도 더해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는 그 시간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관조가 깃들었다. 김지호는 “지금 같았으면 도망치지 않았을 것 같다”는 말로 자기 자신의 변화를 고백했고, 시간 앞에서 고유한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용기에 닿은 모습을 보였다.

현실적으로 줄어드는 배역의 기회 앞에서는 잠시 미소를 띠는 모습도 보였지만, 동료 또래 배우들에 대한 진심 어린 존경 역시 잊지 않았다. 그는 긴 시간 동안 쌓인 불안 위에 작은 희망을 얹으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법을 배워간다고 말했다. 뿌리 깊은 ADHD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일상을 솔직하게 밝힌 김지호는 심심할 때마다 자전거를 타거나 나무 그늘에 앉아 책을 읽으며 일상의 작은 쉼표에 힘을 얻는다고 털어놨다. 바람과 시간 사이에 스며든 그 쉼은 오히려 자신을 지탱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올해 쉰이 된 그는 갱년기가 불러오는 물리적, 정서적 변화 역시 숨김없이 풀어냈다. 무기력, 우울, 외로움, 자존감의 흔들림 속에서 한때 요가조차 어려웠다며, “호르몬의 힘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는 고백이 담담한 언어로 전해졌다. 그는 열감과 관절의 뻣뻣함, 그리고 흘러내리는 눈물까지 친구들과 나누며 공감의 깊이를 더했다. 요가를 하던 날 창밖에서 들려오던 빗소리는 잠시나마 온몸에 위로를 안겨줬고, 그 빗소리에서 눈물이 흐르는 자신을 마주했다고 말했다.
김지호가 나지막이 털어놓은 서사는 세월을 쌓아온 성숙과 이해, 자책을 안고 마침내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성장의 순간을 보여주었다. 조심스럽지만 단단한 고백은 점점 자신의 내면과 화해해 가는 어른의 초상을 그리며, 화면 너머 이 시대의 수많은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로 번져갔다. 김지호의 담백하지만 절절한 이야기를 담은 ‘지금 백지연’은 23일 온라인을 통해 만나볼 수 있으며, 쓸쓸한 마음에 잔잔한 울림이 필요한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