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759계단의 반전”…리 웨스트우드, 디오픈서 급등→순위 불공정 논란
디오픈 현장에 선 리 웨스트우드는 상처 입은 자존을 다잡으며 새로운 순위표를 마주했다. 4천689위에 머물던 세계랭킹이 공동 34위 한 번의 성적으로 930위까지 단숨에 뛰어오른 셈이다. 놀라움과 허탈함이 한데 섞인 표정. 그 등락의 이면엔 세계 골프계의 지독한 이슈가 깔려 있었다.
웨스트우드는 지역 예선을 뚫고 이번 디오픈에 합류했다. 오랜만의 메이저 출전이었다. 경기 후 3천759계단을 껑충 뛰는 순위 도약을 이루면서도, 어딘가 씁쓸한 뒷맛을 지우지 못했다. 과거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그였지만, LIV 골프 이적 이후 세계랭킹 포인트를 거의 받지 못해 순위가 한없이 추락했던 경험 때문이다. 메이저 무대조차 지역 예선을 거쳐야 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순위만 보면 극적인 반전처럼 보이지만 웨스트우드는 세계랭킹 시스템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24일 로이터에 밝힌 그의 말이 단호했다. "세계랭킹 시스템이 얼마나 웃기는 건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아들 샘 웨스트우드와의 순위 비교까지 언급했다. 샘은 세계랭킹 2천759위로, 지난주에는 웨스트우드보다 앞섰다.
웨스트우드는 "LIV 골프 선수들에게 세계랭킹 포인트를 주지 않는다면, 메이저대회 출전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LIV 골프 출신 중에서는 브라이슨 디섐보와 티럴 해턴만이 각각 16위, 21위로 세계랭킹 50위 내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는 대부분 치열한 예선을 거쳐야만 메이저 무대를 밟고 있다.
LIV 골프 측은 세계랭킹 기관에 공식적으로 포인트 부여를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세계랭킹 기구는 54홀 경기, 컷오프 미적용, 52명 제한 출전이라는 이유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웨스트우드는 "의도적으로 정상급 선수가 배제되고 있다"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전 세계 골프 팬들은 값진 순위 도약에도 불구하고 웨스트우드가 안고 있는 복잡한 감정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앞으로도 세계랭킹과 메이저대회 출전 규정 논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 편, 선수의 오랜 싸움과 골프계의 갈등이 묻어나는 이번 디오픈 기록은 7월 21일 치열한 예선과 뜨거운 본선을 통해 전달됐다. 이 이야기는 조용한 울림으로 골프 팬들에게 오래도록 남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