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악화로 강등”…리옹, DNCG 판정에 리그2행→빅클럽 추락
침묵이 흐른 새벽, 프랑스 리그1의 상징이던 올랭피크 리옹에 전례 없는 충격이 덮쳤다. 유럽 무대에서 7연패의 역사를 써내려갔던 명문 구단이, 재정 위기 앞에 마침내 무너졌다. 선수단과 팬 모두에게 익숙했던 축구의 성공은 사라지고, 구단을 울린 강등 판정의 소식이 남겨졌다.
프랑스축구협회 산하 재정감독국(DNCG)은 지난 25일, 리옹의 재정 건전성 부족을 이유로 2025-2026시즌 2부리그인 리그2 참가를 명령했다. 리옹은 올 시즌 리그1 6위를 기록했음에도, 약 4억2천200만 파운드의 만성적 부채와 수년 간 반복된 적자로 DNCG의 최종 결정을 받고 말았다. 이에 구단은 주축 선수 매각 등 각종 자구책을 내놓으며 무너진 재정을 되살리려 했으나, 재정 개선 증빙 실패로 끝내 강등이라는 극단적 조치가 내려졌다.

구단주 존 텍스터와 이사회는 즉각 재심을 요청했다. 리옹 측은 최근 두 시즌 동안 재정 건전화를 이루려 다양한 시스템 개선을 시도했고, 유럽 클럽대항전 출전권까지 확보한 상황에서 강등 조치는 가혹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재심에서도 결론이 뒤집히지 않으면, 랭스가 리그1 잔류권을 이어받게 되며, 리옹은 2년 만에 2부 무대를 밟게 된다.
복수 구단 소유 논란도 논점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텍스터 구단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털 팰리스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크리스털 팰리스가 올 시즌 FA컵 우승으로 유럽대항전 진출권을 얻으면서, 리옹과 팰리스가 동시에 UEFA 무대에 설 가능성이 촉발됐다. 동시에 한 명이 두 클럽을 소유할 수 없다는 UEFA 규정 탓에, 텍스터는 크리스털 팰리스 지분 매각도 병행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프랑스 축구계와 SNS, 팬 커뮤니티에는 ‘명문 구단의 몰락’이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20년 넘게 리옹을 지켜온 한 팬은 “리옹과 같은 전통 구단조차 자금 앞에서 쓰러질 수 있다는 현실이 믿기 어렵다”고 현지 언론에 심경을 밝혔다. 일부 축구 팬들은 이번 DNCG의 단호한 결정을 K리그1 광주FC의 상대적으로 약한 징계와 비교하며, 국제축구계 전반에 자금 투명성 확보와 경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2024-2025시즌 리옹은 그라운드 위에서 상위권 경쟁력을 증명하며 유로파리그 진출권까지 확보했으나, 강등 판정으로 인해 다음 시즌 유럽 무대 출전에 대한 불확실성마저 커지고 있다. 비단 경기장 안팎의 경합만이 아니라, 자본과 도덕 사이의 줄타기가 구단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다.
한여름 새벽, 도시와 축구장의 조용한 어둠 속에서 리옹은 스스로의 운명을 거울처럼 마주하게 됐다. 팬들의 함성과 기억, 선수들의 땀방울이 묻어 있던 역사에 깊은 금이 가는 순간이다. 리옹의 남은 시간은 재심 결과와 구단 개편, 그리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물음표로 남았다. 프랑스 프로축구의 거대한 서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