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단위 창구단일화 원칙 적용”…고용노동부, 개정 노조법 하위법령 손질 착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용노동부가 원청을 포함한 교섭단위 창구단일화 방안을 구체화하면서, 노동계가 소수노조 배제와 자의적 판단 가능성을 제기하며 맞서고 있다.
19일 국회와 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날 노동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사항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개정 노조법 시행에 맞춘 창구단일화 적용 방안을 제시했다.

노조법 2·3조는 지난 8월 개정돼 사용자 개념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까지 넓혔다. 이에 따라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과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구체적인 교섭 절차와 교섭단위 설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고용노동부는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계약 관계 밖의 사용자로 규정된 원청에도 현행 노조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원청 단위에서 교섭창구 단일화를 실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도 제시했다.
다만 노동부는 하청 노동조합의 자율적 교섭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며 교섭단위 분리 제도의 적극적 활용을 주문했다. 교섭단위를 나누는 경우에는 분리된 각 교섭단위별로 별도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는 구조를 상정했다.
교섭단위 분리 방식에 대해서는 예시를 제시했다. 개별 하청업체별로 나누거나, 직무와 이해관계, 노동조합 특성이 유사한 하청들끼리 묶는 방안, 혹은 전체 하청을 한 덩어리로 구성하는 방안 등이 설명회에서 소개됐다. 노동부는 동시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할 때 하청 노동조합들 사이에서 자율적 연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특히 노동부는 계약 외 사용자가 포함된 교섭단위에서 노동조합 간 이해관계 차이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통합 결정 기준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교섭단위 설정을 둘러싼 분쟁이 잦을 수 있는 만큼, 기준을 법령에 명시해 분쟁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개정 방향에 따르면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를 분리하거나 통합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에 이해관계의 공통성·유사성, 다른 노동조합에 의한 이익대표의 적절성, 안정적 교섭체계 구축 가능성, 갈등 발생 가능성과 당사자들의 의사 등이 추가된다. 노동부는 이 같은 기준이 기존 판례에서 제시돼 온 요소들을 법규에 옮겨 적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 절차도 조정된다. 현재는 노동조합이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하면 1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개정안은 필요할 경우 10일 이내 범위에서 한 차례 추가 연장을 허용하도록 해 최대 심리 기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노동계는 곧바로 반발 기류를 드러냈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교섭창구를 단일화할 수 있게 한 제도 자체가 소수노조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제기해 온 만큼, 원청 단위 창구단일화 확대에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교섭단위 분리·통합 기준에 갈등 가능성과 당사자 의사 등 정량화가 어려운 요소가 포함되면 노동위원회의 자의적 판단 여지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하위법령 개정안은 아직 초안 단계로, 노동부는 설명회 이후 노동계와 경영계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3월 10일 개정 노조법 시행을 앞둔 만큼, 향후 노사정 협의 과정과 국회 논의 수준에 따라 문구와 세부 기준이 추가로 조정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치권과 노동계는 교섭단위 설정과 창구단일화 적용 범위를 놓고 당분간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정부는 개정 노조법 시행에 맞춰 후속 하위법령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며, 국회는 시행 이후 제기될 현장 혼선을 점검하면서 추가 입법 필요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