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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테슬라·엔비디아 동반 하락”…무역합의 기대 약화·지정학 불안에 뉴욕증시 숨 고르기
경제

“나스닥·테슬라·엔비디아 동반 하락”…무역합의 기대 약화·지정학 불안에 뉴욕증시 숨 고르기

강예은 기자
입력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7월 29일(현지시간) 동반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무역합의 재료가 소진되는 가운데 지정학 리스크까지 불거지며, 나스닥을 비롯한 핵심 기술주들이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증시 반등을 이끌던 호재가 사라진 상황에서, 투자 심리는 명확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조정 국면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일 대비 18.88포인트(0.30%) 내린 6,370.89에 장을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80.29포인트(0.38%) 하락한 21,098.29로 마쳤고, 다우지수는 204.57포인트(0.46%) 떨어진 44,632.99를 기록하며 3대 주요 지수 모두 약세 흐름을 나타냈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시장에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첫날을 맞아 금리 향방에 대한 경계심이 높았으나, 직접적인 하락 요인은 무역 이슈였다. 미국이 EU 등 주요 교역국과의 관세 협상을 잇달아 매듭지으면서, 수개월간 상승세를 견인해온 무역합의 기대가 빠르게 식었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향후 10일 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휴전하지 않으면 러시아와 교역하는 모든 국가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언, 원유가격과 에너지섹터에도 불확실성을 불어넣었다. 실제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3.7% 뛰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점화됐다.

 

지수별로는 나스닥100이 47.97포인트(0.21%) 하락한 23,308.30에 마감했고, 시장 변동성의 척도인 VIX지수도 0.95포인트(6.32%) 상승, 15.98을 기록했다. 소형주 위주인 러셀2000지수 역시 0.55% 떨어지며 투자심리 위축을 보여줬다.

 

특히 기술주 부진이 두드러졌다. 시가총액 1조달러 이상 대표 IT기업 중 메타플랫폼스가 2.46% 하락했고, 테슬라·애플·아마존·엔비디아 모두 1% 내외 약세를 기록했다. 반면 알파벳, 브로드컴 등은 1% 이상 강세를 보이며 대형 기술주 내에서도 종목 차별화가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 투자 동향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월 28일 기준 미국 증시 상위 50개 종목의 보관금액은 139조 9,049억 원으로, 직전 집계일보다 2조 1,131억 원 늘었다. 테슬라, 디렉시온 테슬라 레버리지 ETF, 엔비디아 등 대형 기술주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이 컸다. 테슬라는 이날 보관금액이 9,644억 원 증가해 29조 6,096억 원에 달했으나, 주가는 1.35% 떨어진 321.2달러에 마감했다. 엔비디아 역시 3,907억 원이 유입됐음에도 불구 0.71% 하락했다.

 

ETF 비중도 확대됐다.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강세 1.5배 ETF와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가 각각 5,862억 원, 2,411억 원 증가하며 단기 방향성 투자가 늘었다. 반면 아이온큐, 팔란티어 테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에선 투자금이 빠져나가며 주가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방어주 위주의 업종이 오히려 상승했다. 유틸리티와 부동산 섹터가 1% 이상 오르며 변동장세 속 자금이 쏠렸다. 반면 산업섹터는 1% 이상 낙폭을 확대했다.

 

특정 종목 이슈도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2분기 실적 부진으로 7% 넘게 급락했고, 보잉도 실적 개선이 무색할 정도로 4% 이상 하락했다. 유럽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성장 둔화 우려로 21% 폭락했고, 비만치료제 위고비 기대가 꺾이며 일라이릴리도 5% 넘게 급락했다.

 

주요 경제지표에서는 고용시장 안정과 소비회복 신호가 혼재했다. 6월 미국 구인건수는 743만7,000건으로 전월보다 27만5,000건 감소했고, 소비자신뢰지수는 97.2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오는 9월까지 25bp 금리 인하 확률을 64.7%로 반영 중이다. 다만, 연준 내부 인사 변화 등으로 정책 스탠스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시는 무역합의 등 ‘슈퍼 호재’가 소진된 가운데, 금리와 실적, 지정학 변수의 복합적 영향 속에서 단기 조정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다음 주 예정된 FOMC 결과와 개별 기업 실적 발표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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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나스닥#테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