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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패권 구도를 흔들다”…미국·중국·EU, 전 세계 인프라 싹쓸이→글로벌 기술 격차 심화
국제

“AI 데이터센터, 패권 구도를 흔들다”…미국·중국·EU, 전 세계 인프라 싹쓸이→글로벌 기술 격차 심화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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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구름이 전 세계의 데이터 고속도로를 가리울 때, 인공지능의 심장이 뛰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들은 오직 몇몇 강대국에만 그 존재를 내보인다. 혁신의 불빛이 이어지는 실리콘밸리와 상하이, 그리고 유럽의 정보 중심지에선 수많은 서버가 쉼 없이 움직이고 있으나, 세계 곳곳 150여 개국의 밤은 아직 길고 침묵이 두껍다. 주요국에 집중된 AI 컴퓨팅 파워와 망설임 없는 투자는, 급변하는 21세기 디지털 주권 경쟁의 본질을 드러낸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글로벌 AI 특화 대규모 컴퓨팅 시설 중 절반 이상이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에 집중돼 있다. 미국은 26개, 중국 22개, EU 28개 등 단 32개국만이 인공지능을 움직이는 핵심 엔진,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고 있다. 유럽 대륙을 더하면 36개의 데이터센터, 아시아는 인도와 일본 등 소수 국가를 제외하고는 소외된 풍경이다. 반면, 아프리카와 남미 대부분은 여전히 데이터센터 지도가 비어 있다.

‘AI 데이터센터’ 美·中·EU에 50% 집중…150여 개국 보유 시설 전무
‘AI 데이터센터’ 美·中·EU에 50% 집중…150여 개국 보유 시설 전무

이 편중의 이면에는 천문학적 인프라 투자비와 첨단 칩 공급 부족, 그리고 안정적인 전력망과 냉각시설 등 현실적 한계가 겹친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은 전 세계 AI 컴퓨팅 파워의 3분의 2를 거머쥐었다. 엔비디아의 초고성능 칩과 대규모 전력 인프라, 그리고 축적된 전문 인력의 집적은 글로벌 격차를 점점 더 벌린다.

 

국가별 데이터센터 불균형은 과거 단순 인터넷 인프라 시대와 달리, AI와 빅데이터가 연구·산업 모든 분야의 핵심이 된 현실에서 전례 없는 권력 격차를 예고한다. 뉴욕타임스는 “AI를 기반으로 한 신약·무기 개발과 산업 자동화 등에서 주요국 집중의 디지털 격차가 과거와 달리 일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생 과학기술 기업과 혁신 인재는 절실히 부족한 컴퓨팅 인프라 앞에서 성장의 날개를 펴지 못한다.

 

옥스퍼드대 빌리 레돈비르타 교수는 “AI 시대의 석유는 바로 컴퓨팅 능력”이라며, 이 거대한 파도에서 살아남는 국가만이 미래 패권의 주인이 될 것임을 내다봤다. 실제로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의 90% 이상을 미국과 중국이 관리하고 있고, 개도국 다수는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고, 주요국을 벗어난 아시아·남미·아프리카 지역의 데이터센터조차 아마존과 같은 미국 기업의 운영에 의존하는 양상이다. 유럽연합은 27개 회원국 전체에 2,000억 유로 규모의 AI 및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맞불을 놓고 있다. 최근 인도, 브라질, 아프리카 국가연합도 ‘주권 AI’ 확보를 목표로 독자적인 인프라 구축에 나섰지만, 여전히 기술력과 산업 네트워크의 벽은 높다.

 

전문가들은 단독적인 인프라 확충 노력이 이어질지라도, 미국과 중국의 지원, 하드웨어 및 기술 이전 없이는 데이터센터 격차 해소가 요원하다고 전망한다. 글로벌 AI 패권 전쟁의 물결 속에서, 소외된 150여 나라의 미래는 컴퓨팅 파워 없는 침묵 속에서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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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유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