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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판 허용 범위 재확인”…법원, 방통위 ‘김현정 뉴스쇼’ 제재 취소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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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다룬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통령 배우자의 공적 위치에 대한 비판과 논평이 대중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는 원칙이 재확인되면서, 향후 언론 보도 및 정치권 논쟁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나진이)는 지난 8월 CBS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제재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이 판결로 지난해 ‘김현정의 뉴스쇼’가 다룬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방송에 대한 ‘주의’ 처분이 무효화됐다.

논란의 방송은 지난해 2월 방영됐으며, 해당 프로그램에서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와 처가 관련 의혹을 언급하며 “이미 국민들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가 있다”, “주가조작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대선 때는 긴가민가했는데 처가가 영부인 포함해서 한 22억인가 23억인가 이득을 봤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 방송에 대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선거방송심의규정 위반이라며 ‘경고’를 의결했고, 이어 방통위가 지난해 5월 ‘경고’ 제재를 내렸다. CBS가 재심을 청구하자 선방위는 ‘경고’에서 ‘주의’로 제재 수위를 낮췄고, 방통위도 이를 받아들여 ‘주의’로 변경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방송이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방통위 처분은 심의 대상이 아닌 사항에 관한 선방위의 통보를 근거로 했으므로, 처분 사유 자체가 없어 위법하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발언은 원칙적으로 폭넓은 비판이 허용돼야 하는 공적 인물의 정치적 활동, 청렴성 등 공적 관점의 사안”이라고 판시했다.

 

방통위는 “선방위가 설치된 기간에는 여론 형성 영향력이 있는 방송 프로그램 전체가 심의 대상”이라고 맞섰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만약 방통위 주장대로라면 심의·제재 대상에 대한 기준 자체가 흐려져 법적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앞선 ‘경고’ 제재 취소 청구에는 “이미 ‘주의’로 변경돼 효력이 상실됐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대통령 배후 인물에 대한 언론 논평의 폭을 확대하는 법적 기준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두텁게 인정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분석과 함께, 방송심의 권한 운용의 명확한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향후 선거보도 및 대통령실·여야 간 공방에서도 언론 자유와 심의 규정 사이의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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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김현정의뉴스쇼#방송통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