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필리핀 원해경비함 첫 진수”…국방협력 상징→대양 방산 수출 지평 넓힌다
울산의 바다 위, 미래를 향한 거대한 선박이 이름을 부여받는 순간은 국경을 넘는 신뢰와 협력의 시작점이 됐다. HD현대중공업이 필리핀 해군이 발주한 원해경비함 6척 가운데 첫 번째 함정, 라자 술라이만함을 11일 진수하며 한-필리핀 국방 파트너십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무겁고 단단한 순강판을 두른 선체 위로, 필리핀 현대 해군의 꿈이 새겨졌다.
라자 술라이만함은 16세기 필리핀의 영웅을 이름으로 삼고 길이 94미터, 폭 14미터의 위용을 자랑한다. 순항 속도 15노트, 76밀리미터 함포와 첨단 센서, 방어 장비까지 아우른 이 선박은 오랜 항로를 누빌 준비를 마친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두 달 전, 필리핀 초계함 디에고 실랑함을 진수한 바 있지만 이번 원해경비함 진수식은 한층 의미가 깊다. 필리핀 합참의장 로미오 브라우너와 마리아 테레사 디존데베가 주한필리핀대사 등 양국 군·정부 주요 인사가 함께 자리해 양국 해상 안전 협력의 상징적 자리를 빛냈다.

HD현대중공업 주원호 특수선사업대표는 양국 간 굳건한 신뢰를 배경 삼아, 필리핀 군 현대화에서 한국 조선기술이 동반자의 길을 걷고 있음을 강조했다. 브라우너 합참의장 역시 "라자 술라이만함은 공동 비전의 힘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라며, 특히 6월 12일 필리핀 독립기념일과 맞물린 이날의 의미를 덧붙였다. 필리핀 정부는 이미 2016년 이후 총 10척의 군함을 HD현대중공업에 주문한 바 있으며, 원해경비함 후속 5척도 오는 2028년까지 차례차례 인도될 예정이다.
국방협력의 흐름은 단지 함정을 주고받는 데 그치지 않는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대양작전용 신형 호위함을 선보이고, 포르투갈 해군과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글로벌 방산 네트워크를 넓혀 나가고 있다.
라자 술라이만함은 앞으로 시운전과 장비 장착을 마친 뒤, 2025년 3월 필리핀 해군의 품에 안길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필리핀 해군의 해양 방산 협력은 2028년까지 이어지며 동남아 해양 안보의 새 지평을 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