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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신기록 뒤집힌 충격”…체픈게티, 190배 약물 검출→명예 흔들린 마라톤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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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신기록 뒤집힌 충격”…체픈게티, 190배 약물 검출→명예 흔들린 마라톤 여왕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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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시카고 마라톤에서 가슴 벅찬 순간이 펼쳐졌던 바로 그 자리, 루스 체픈게티가 써내려간 2시간09분56초의 세계 신기록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그녀가 두 분 가까이 앞당긴 이 기록은 마라톤 2시간10분의 벽을 최초로 돌파하는 쾌거였고, 경기장을 메운 선수들과 팬들에게 벅찬 환호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9개월 만에 마라톤 뜨거운 여름을 얼어붙게 한 소식이 전해졌다.

 

체픈게티의 소변 샘플에서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허용치의 190배에 달하는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HCTZ)가 검출된 사실이 공식화되면서 전 세계 팬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세계육상연맹 산하 선수윤리위원회(AIU)는 3월 14일 채취된 체픈게티의 샘플에서 금지 성분이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4월 3일 해당 샘플 분석 결과가 접수됐고, 체픈게티는 이달 자진해서 일시자격정지를 선택했다.

“세계기록 190배 약물 검출”…체픈게티, 도핑 혐의로 일시자격정지 / 연합뉴스
“세계기록 190배 약물 검출”…체픈게티, 도핑 혐의로 일시자격정지 / 연합뉴스

AIU에 따르면 체픈게티와 4월 16일 케냐에서 면담을 진행했으며, 체픈게티는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뒤이어 AIU는 7월 18일 공식적으로 그녀에게 일시자격정지 처분을 통보했다. 체픈게티가 세운 신기록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졌다. 2023년 베를린 대회에서 티지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가 2시간11분53초로 세운 종전 기록을 2분 가까이 단축하며 전 세계 주목을 받았지만, 이번 도핑 파문으로 명예와 기록 모두 위태로워진 상황이다.

 

HCTZ의 검출 양은 3,800ng/㎖로, WADA 허용치 20ng/㎖를 무려 190배 초과한 수치다. HCTZ는 이뇨제이자 은폐제로, 신체 내 체액 저류 및 고혈압 치료에 사용되며, 일반적으로 S5 등급 금지약물로 분류돼 있다. WADA에 따르면 해당 약물은 다른 금지약물의 배출을 돕기 위해서도 사용된다고 한다.

 

논란은 경기가 끝난 직후 이미 씨앗을 틔운 바 있었다. 한 취재진이 체픈게티에게 ‘혹시 그 누구도 의심할 순 있다,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라고 질문했고, 케냐 현지에서는 무례하다는 반론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도핑이 공식화되며 과거 질문의 무게가 달라졌다. 케냐 마라톤계는 무거운 침묵과 경계로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현재 WADA는 HCTZ가 검출된 선수에게 통상 2년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리지만, 징계의 수위와 기록 유지 여부는 추가 조사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체픈게티의 긴 여정,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환희의 박수일지, 혹독한 심판일지 누구도 쉽게 예단할 수 없다.

 

기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마라톤 트랙. 팬들은 다시 한 번 스포츠의 본질과 의미를 돌아보고 있다. 체픈게티의 세계 기록과 그 뒤에 숨은 진실, 결론은 열흘 뒤 AIU 공식 발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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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픈게티#세계기록#도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