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쏘면 되지 않나”…윤석열 전 대통령, 12·3 계엄 이후 체포 저지 지시 파장
권력 유지를 둘러싼 충돌이 대통령경호처 내부 진술로 표면화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언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 시도에 맞서, 경호 책임 라인에서 ‘총을 쏘는 방안’까지 논의됐다는 증언이 10일 법정에서 나왔다. 내란 혐의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정국을 뒤흔들며, 고위 관계자들의 증거 인멸 시도 정황도 새롭게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가 이날 진행한 윤 전 대통령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건 속행공판에는 김대경 전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본부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총 한 번만 쏘면 되지 않느냐’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증언은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내란 의혹 관련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구체적으로, 김 전 본부장은 공수처의 1차 체포 집행이 좌절된 이후 경호처 내에서 “공포탄을 쏴서 겁을 줘야 한다”며 38구경 권총을 준비하자는 논의가 있었고,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과 박종준 전 경호처장 등 윗선에서 뜻을 모은 정황을 전했다. 그는 “이 전 본부장의 단독 요청이 아니라 박종준 전 처장도 함께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전 본부장은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대통령께 건의해 수사기관에 출석하게 하려고 했으나 윤 전 대통령이 ‘총 한 번만 쏘면 되지 않으냐’고 답했다”고 말했다며,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강경 저지 의사를 밝혔다는 취지임을 강조했다. 특검팀 질문에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공포탄으로 이해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다른 쟁점은 증거 인멸 지시여부다. 김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이 군 사령관들의 비화폰(보안용 휴대전화) 내역 삭제를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박종준 전 경호처장의 비서관이 ‘비화폰 지급 내역, 통화 기록을 지우라고 한다’고 말해, 대통령의 직접 지시인지 박 전 처장에게 물었고 ‘어떻게 알았냐’는 반응을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본부장은 위법성을 들어 “삭제는 실행하지 않았다. 관련 자료 삭제는 법적 문제 및 증거인멸 우려를 인지해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해당 증언을 두고 첨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란 특별검사팀은 증언의 사실관계와 범죄 성립 여부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이 같은 증언은 ‘법정에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며 일단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 사건은 내란 혐의를 정점으로 권력기관의 충돌, 법 집행의 정당성, 증거 인멸 여부까지 맞물리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군이나 경호 조직을 동원한 체포 저지 논의와 증거인멸 시도는 헌정질서 및 법치주의 근간을 뒤흔들 여지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법원 심리 이후에도 정치권은 내란 의혹과 정권 교체기에 불거진 충돌 가능성을 두고 거센 공방을 예고했다. 향후 내란 혐의 재판이 본격화되면, 국회와 관련 정당들은 이번 증언이 갖는 의미와 책임 소재를 두고 더욱 치열한 논쟁을 벌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