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정부, 1차 성과 공개로 국산화 가속

독자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 국내 AI 산업 경쟁 구도의 변곡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 대표 정예팀이 첫 성과물을 공식 발표하면서 글로벌 대형 언어모델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수요에 특화된 기반 모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사가 향후 데이터·컴퓨팅 자립 전략과 AI 산업 정책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22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1차 발표회를 30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해 8월 선발된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등 5개 정예팀이 그동안 추진해온 1차 개발 결과를 공식 무대에서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정예팀은 최신 6개월 이내에 공개된 글로벌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비교해 95퍼센트 이상 성능을 내는 것을 1차 목표로 설정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대규모 데이터로 사전 학습해 다양한 다운스트림 작업에 활용되는 대형 언어·멀티모달 모델을 뜻한다. 정부가 정의한 목표 성능은 완전한 추격이 아니라, 글로벌 최상위권 대비 일정 수준까지 성능 격차를 줄여 국내 서비스와 산업 현장에 실질적으로 투입 가능한 수준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발표회에서는 각 정예팀이 개발한 파운데이션 모델의 구조와 학습 방식, 언어 이해와 생성, 추론 성능 등을 중심으로 성과 발표와 시연이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한국어 특화 성능, 도메인별 지식 반영, 추론 안정성 등 글로벌 범용 모델이 약점을 보이는 영역에서 어떤 차별화를 시도했는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행사장 로비에는 정예팀별 AI 체험 부스가 마련돼 일반 관람객과 산업계 관계자들이 직접 모델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질의응답, 요약, 코드 생성, 검색 결합 질의 등 다양한 활용 시나리오를 통해 실제 서비스 적용 가능성을 점검하는 체험 공간이 될 전망이다. 행사는 사전등록제로 운영되며, 개발자와 기업,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추진 중인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전략은 글로벌 빅테크가 제공하는 API 중심 활용 구조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의료, 제조, 공공, 금융처럼 규제가 엄격한 분야에서 데이터 주권과 보안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특정 외국 플랫폼에 대한 비용·정책 의존도를 줄이려는 목적이 크다. 자체 모델을 확보하면 모델 튜닝과 온프레미스 배치, 특화 데이터 결합 등 맞춤형 구현 폭이 넓어져 산업별 수요 대응력이 높아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거대 언어모델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기업들은 초거대 모델과 경량 모델을 병행 개발하며 생태계를 넓히고 있고, 중국 역시 자국 플랫폼 중심으로 대형 모델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한국은 이번 국가 주도 정예팀 프로젝트를 통해 자체 기술 기반을 다지면서, 클라우드·통신·게임·AI 전문기업이 각자의 강점을 녹여낸 모델을 개발하는 다핵 구조를 택한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이번 1차 발표회를 통해 정예팀이 구축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개발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고, 도전에 나선 개발팀의 노력을 조명하는 한편 향후 과제와 방향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술 성능뿐 아니라 활용 규제, 데이터 확보 전략, 중소기업과의 공유 방식 등 정책·제도 이슈도 병행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정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내년 1월 15일 이전에 프로젝트 1차 단계평가를 추진한다. 5개 정예팀의 성과와 향후 개발 계획을 종합 점검·평가해 지원 구조와 목표 수준을 재조정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평가 결과가 중장기 예산 배분과 후속 과제 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이 실제 산업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