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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호주 도피·수사외압 의혹 정조준”…해병특검, 첫 피의자 조사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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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호주 도피·수사외압 의혹 정조준”…해병특검, 첫 피의자 조사 임박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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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수사기관’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겨냥한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첫 피의자 조사를 공식화하며 정국이 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오는 17일로 예고된 이 전 장관의 참고인 소환과 맞물려, 정·관계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수사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이명현 특별검사팀 정민영 특검보는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종섭 전 장관의 채상병 순직 관련 수사 외압,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피의자 조사가 이르면 이번주 금요일께 시작될 것”이라며 “최소 3차례 이상 피의자 조사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채상병 순직 당시 국방부 수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해병대 수사단 초동조사 결재를 번복한 핵심 인물로 지목돼 왔다.

이종섭 전 장관은 우선 17일 호주 주재 대사로 임명 후 도피성 출국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된다. 특검팀은 호주 대사 임명 경위, 출국 및 귀국, 사임 과정 전반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형법상 범인도피죄는 실제 범인을 숨겨준 자를 처벌 대상으로 삼아, 당사자인 이 전 장관은 해당 의혹에 한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된다.

 

이 전 장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선상에 오른 핵심 피의자다. 지난해 3월 4일 호주대사로 임명된 뒤 나흘 만인 3월 8일 출국금지가 해제돼 해외로 떠났고, 11일 만에 귀국해 대사직에서 물러났다. 특검은 이 전 장관 조사에 이어, 범인도피의혹의 또 다른 주요 피의자인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법무부·국가안보실 등에 대한 조사를 다음 주로 예고했다. 정 특검보는 “피의자가 각 기관에서 의사결정을 주도한 핵심들”이라며 “외교부, 법무부, 국가안보실이 조사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위원회의 진정·구제 기각 과정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특검팀은 당시 위원이었던 한석훈 인권위 비상임위원을 17일 오전 참고인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이미 피의자 신분에 올라 있다. 김 위원은 지난해 8월 국방부 검찰단 사건기록 회수 조치에 대해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으나, 같은 날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 후 입장 전환 정황이 드러나 특검의 수사망에 포착됐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김 위원은 특검 출범 두 달 전이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파면 선고 한 달 후였던 5월 2일 ‘메인보드 불량’을 사유로 개인 PC를 교체했고, 인권위는 “하드디스크 폐기 기록은 없으며 이전 디스크는 공장초기화로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의 고리인 이종섭 전 장관 소환이 윤석열 전 대통령까지 겨냥한 ‘정국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검과 정부, 관련 기관 간 수사·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만큼, 국회와 여야, 시민사회단체의 관심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 조사를 시작으로 외교–법무–안보기관 핵심 피의자, 인권위 등으로 수사 대상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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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순직해병특검#조태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