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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언급 사라진 북중 정상회담”…시진핑, 김정은에 ‘발전의 길’ 지지 메시지
정치

“비핵화 언급 사라진 북중 정상회담”…시진핑, 김정은에 ‘발전의 길’ 지지 메시지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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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를 둘러싼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언급을 사실상 배제하면서, 북한의 핵 보유 지속과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핵을 ‘마지노선’으로 삼아왔던 중국의 전통적 입장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논란과 함께, 향후 동북아 지정학 판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정상회담 직후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앞으로도 조선이 자기의 실정에 맞는 발전의 길을 걸으며 조선식 사회주의 위업의 새로운 국면을 부단히 개척해 나가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2018∼2019년 북중 정상회담 때마다 빠지지 않았던 ‘한반도 비핵화’ 문구가 이번엔 양측 보도 모두에서 자취를 감췄다.

실제로 최근 북한은 “국위이고 국체인 핵을 영원히 내려놓지 않으려는 우리의 입장은 절대 불변”이라고 밝히며 핵 포기 불가 방침을 반복해왔다. 이처럼 비핵화가 논외로 된 상황에서, 중국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특급 의전을 제공하고 공개적으로 ‘발전의 길’을 지지한 것은 북한의 현 노선을 사실상 묵인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략적 지위를 인정해 주며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미국 견제를 위한 적극적 조치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북중의 경제협력과 인적 교류도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중이 경제 발전 등 경험을 교류하고, 조선노동당과 국가의 건설사업 발전을 돕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등 국제사회 규제가 엄존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경제협력이 기존 대북제재 및 비핵화 원칙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중국이 한반도 3대 원칙 중 ‘비핵화’에 선을 긋기보다, 북러 접근에 대응해 자국의 지역 영향력 회복에 중점을 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전략적 소통’ 강화가 회담 결과 양측 보도에 공통 등장한 점은 북한과 중국이 중요한 안보 현안을 함께 조율할 의지를 내비친 신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 의지와 북한의 수용 의사, 그리고 향후 중국 주도의 회담 구도를 예고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 원칙 자체가 완전히 폐기됐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양 교수는 “중국이 당장은 비핵화 강조를 유보했을 뿐, 계속 건설적 역할을 할 여지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변국 외교력의 중요성 역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제는 자취를 감춘 반면, 전략적 협력과 경제 교류 확대 가능성은 두드러지고 있다. 정치권은 중국의 입장 선회가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정략 구도에 미칠 영향을 두고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중국의 행보와 국제사회의 대응을 주시하며 한반도 비핵화 원칙 유지를 위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방침이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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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김정은#비핵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