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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림 속 걷는 메타세콰이어길”…공주, 자연과 전통이 머무는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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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림 속 걷는 메타세콰이어길”…공주, 자연과 전통이 머무는 순간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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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백제의 옛 도성이란 역사적 의미가 먼저였지만, 지금은 사색과 휴식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오늘 공주엔 흐린 하늘 아래로 비가 내릴 예정이다. 23.4도의 기온, 97%에 달하는 습도, 그리고 잔잔한 남풍. 그만큼, 이른 가을의 공주는 촉촉한 평온으로 가득하다. 특히 메타세콰이어길은 모든 계절, 누구든 걷는 이의 마음에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늦가을이면 붉은 잎이 숲을 덮고, 고즈넉함은 한층 더 깊어진다. 이 길을 찾았던 한 시민은 “천천히 걷다 보면 복잡했던 마음도 숲처럼 잠잠해진다”고 표현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공주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공주

숲길에서 한숨을 고르면, 신원사에서의 사색이 이어진다. 계룡산 기운을 품은 신원사는 오래전 명성황후가 걸었던 기도길이기도 했다. 고요한 산사에서 흐르는 공기, 대웅전 앞 섬돌에 앉아 있으면 시간도 잠시 멈추는 듯하다. 지역 사찰 해설사는 “신원사는 오랜 세월 누군가의 소망과 위로를 품어온 터전”이라는 얘기를 들려준다.  

 

이런 변화는 도시 곳곳의 새로운 감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도예촌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소여도방의 정순자 도예가가 전통과 현대를 잇는 도자기를 만든다. 직접 흙을 만져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흙에 붓을 올릴 때마다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라는 방문객의 후기처럼, 체험형 공간은 이제 공주 여행의 또 다른 이유로 자리 잡았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메타세콰이어길에서 혼자 걷고 명상하는 시간, 그게 진짜 힐링이다”, “신원사 돌계단에 앉아 바람 맞던 기억이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는 글들이 이어진다. 자연스레 누구나 한 번쯤은 ‘쉼’을 위해 공주를 떠올린다.  

 

지금 공주는 단순한 유적지나 관광지가 아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싶을 때, 제대로 쉬고 싶을 때 찾게 되는 공간. 삶이 바쁜 이들을 위한 잠시의 멈춤이 이곳에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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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메타세콰이어길#신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