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이만기, 합주가 된 순천의 여름”…엄마 손맛부터 청춘의 노래까지→삶의 빛으로 물드는 골목
초록이 살포시 내려앉은 순천의 여름, ‘동네 한 바퀴’ 이만기가 골목마다 살아 숨 쉬는 이야기를 따라 걸었다. 편안한 미소로 사람들 사이에 스며든 이만기는 어느새 이웃의 하루와 계절, 기억과 꿈이 어우러진 순천의 풍경 속에 속삭임처럼 녹아들었다. 살아온 세월과 손끝의 기억이 깃든 집밥을 함께 나누고, 노래하는 청춘들과 어깨를 맞댄 장면은 일상이 가진 위로와 따뜻한 숨결을 시청자 마음 깊숙이 전했다.
문화의 거리 초입, 이만기가 옛 지도 한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오늘의 시간과 골목의 기억이 절묘하게 맞물렸다. 읍성 서문의 자취와 향동 골목길에 남은 역사의 흠집, 오래된 우물터 옆 한옥에서 울려 퍼지는 어머니들의 웃음은 단순한 동네의 풍경을 넘어 사람과 세월의 합주가 됐다.

밥상 위에 정성처럼 피어난 집밥 한 상은 오랜 날의 근심마저 삼키는 온정을 담았다. 70년의 기왓장 아래 콧노래 섞인 삶의 파편들이 이웃의 밥벌이와 우정, 고단했던 햇살을 건너 오늘의 위로로 모였다. 혼자 살아가는 청년들도 이 집밥에서 엄마의 마음을 떠올리며, 적막했던 방 안에 한 상의 온기를 더하게 된다.
구도심 연향동의 청년 음악팀 다온크루는 해가 저무는 골목길을 새로운 리듬으로 채운다. 각자의 일터에서 하루를 마치고 삼삼오오 모인 청년들은 노래로 순천을 살아 있게 만들며, 번화하던 연향동의 옛 추억을 다시 빛낸다. 그 현장 한복판에서 이만기는 청춘의 열정에 눈을 맞추며 직접 합주로 매 순간을 증명한다.
동천 그린 아일랜드의 변화는 과거와 현재의 경계 위에서 동네를 가만히 품었다.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잔디를 펼쳐 시민의 품에 안긴 강, 옛 도로의 흔적을 지우지 않은 고집은 오래된 기억마저 포용했다. 대대로 전해온 기록과 사랑이 변화 속 숨은 울림을 만들어냈다.
이어진 장면에서는 도공 장성주의 흙집이 바다 내음을 품었다. 오카리나가 빚어내는 소리와 가족의 응원, 흙냄새 가득한 작업실은 이만기조차 숨 고르게 만드는 고요한 울림이 됐다. 짱뚱어 바람을 불어넣은 악기에는 순천의 세월과 기쁨이 머물렀다.
간판에 남은 ‘닭장’이라는 이름 아래 능이버섯과 조선간장, 두 부부의 손맛은 어릴 적 설렘과 명절의 그리움까지 펼쳐냈다. 골목에 퍼지는 온기와 기억, 벽돌처럼 쌓인 사연은 단순한 한 끼를 넘어 인생의 따스함을 새삼 일깨웠다.
연향상가의 다양한 상인들과 노포, 그리고 빵을 나누는 형제의 손길에서는 순천만의 정의와 우애, 꾸밈없는 믿음이 느껴졌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빵집은 이웃과 함께 나누는 넉넉함으로 지역에 희망을 남겼다.
순천의 여름 노래는 잊힌 추억, 살아 있는 오늘, 꿈꾸는 내일까지 골목마다 흐르고 있었다. 집밥의 정성과 노래하는 청춘, 오카리나의 멜로디와 나눔이 번지는 골목 어귀에서 이만기는 결국 사람의 온기가 삶을 단단하게 지켜준다는 의미를 다시금 전했다. ‘동네 한 바퀴’ 330화 ‘노래가 되다 – 전라남도 순천’은 7월 26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순천의 모든 시간과 골목을 따라 흐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