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브렌델 영면의 순간→조성진, 음악적 유산에 깊은 경의
1931년 체코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알프레드 브렌델의 긴 음악 인생은 영국 런던에서 조용한 마지막 장을 맞았다. 가족들이 지켜보는 자택에서, 그의 삶은 음악처럼 고요히 흐르는 시간 속에 스러졌다. 향년 94세, 피아노의 건반 위에서 태어난 노트들은 이제 깊은 밤의 바람처럼 남아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알프레드 브렌델은 대부분을 독학으로 일궈낸 예술가였다. 자그레브와 그라츠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독일 낭만주의의 정서를 체험했고, 16세 이후 스스로 습작과 연습을 거듭했다. 1949년 페루초 부조니 피아노 콩쿠르에서의 4위 입상은 그가 세상에 남긴 첫 번째 각인이었다. 이후 런던 퀸 엘리자베스 홀에서의 연주는 일생의 전환점이 되었고, 대영제국 훈장 수여라는 영예로 기록됐다.

무대 위에서의 마지막 순간은 2008년 오스트리아 빈, 모차르트 협주곡으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였다. 그날 밤의 음표들은 아직도 많은 이의 기억 속에 이어진다. 피아노에서 손을 뗀 후, 알프레드 브렌델은 자신의 음악적 철학을 책으로 담아내기도 했다. 언어로, 음악으로, 그는 예술과 삶의 경계를 넘어 아주 조용히, 그러나 깊이 존재했다.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조성진은 자신의 SNS에 애도의 글을 남겼다. "마에스트로 알프레드 브렌델, 오늘 저를 만든 가장 큰 영향이었습니다"라며 깊은 수인사를 전했다. 이어 "당신의 음악과 영감에 감사합니다"라는 한 줄에서, 스승이 남긴 삶의 깊이와 음악적 유산이 다시 한번 새겨진다. 조성진뿐 아니라 수많은 후배 연주자들은 알프레드 브렌델의 존재가 지닌 무게와 따스함을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세월을 관통한 그의 음악은 여전히 밤의 정적과 대낮의 분주함 속에서 살아 숨 쉰다. 6월의 어느 날 영면에 든 거장은 예술과 인간에 대한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기나긴 성찰을 우리에게 남긴다. 그리해 알프레드 브렌델이 걸어온 길 위에 발자국 하나, 또 하나의 아름다운 인연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