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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력센서 이상 판단”…누리호 발사 1시13분 재조정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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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 직전 계측 계통 변수로 발사 시각을 다시 조정했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7일 0시55분으로 예정했던 누리호 발사 시각을 같은 날 새벽 1시13분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카운트다운 과정에서 엄빌리칼 회수 압력 센서에서 이상 신호가 포착됐고, 발사통제센터는 즉시 점검 절차에 들어갔다. 현장 엔지니어링 점검 결과 실제 추진계통 압력은 설계 범위 안에서 정상으로 확인됐고, 데이터 오류가 센서 자체 문제로 좁혀지면서 발사체 시스템 결함이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엄빌리칼은 지상 설비와 발사체를 연결해 연료, 전력, 각종 계측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인터페이스다. 회수 과정에서 압력 변화를 실시간 계측하는 센서는 발사 직전까지 지상과 발사체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에는 센서가 전달한 전기 신호가 제어 시스템이 설정한 정상 범위를 벗어나 경고로 인식되면서 자동으로 발사 보류 판단이 내려졌다. 발사체 운용 규정상 계측 채널 중 하나라도 명확히 원인이 규명되지 않으면 발사는 중단해야 하므로, 통제팀은 즉시 현장 확인을 지시했다.

기술진은 엄빌리칼 라인의 실제 압력 값을 별도 장비로 재측정하고, 센서 주변 배선과 인터페이스 모듈 상태를 교차 검증하는 방식으로 원인을 좁혀 갔다. 계측된 실제 압력은 설계 기준과 일치했지만 센서가 출력하는 디지털 신호만 비정상 범위를 가리키는 점에 주목해, 센서 소자 혹은 신호 변환부의 단독 이상으로 결론을 냈다. 신호 계통의 문제로 규정되면서 발사체 구조, 엔진, 추진제 탱크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고, 그에 맞춰 발사 시각을 약 18분 늦춰 재설정했다.

 

우주 발사에서는 추진계통과 계측계통 모두에 다중 안전 여유를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압력이 안전 범위에 있더라도 계측 채널 이상은 잠재적 리스크로 간주해, 원인 규명이 끝날 때까지 카운트다운을 멈추는 절차가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한국형 발사체는 반복 운용과 상업 발사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어, 설계 성능 못지않게 발사 운영 절차와 안전 의사결정 체계를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조정은 발사 스케줄을 유지하면서도 계측 오류를 끝까지 추적했다는 점에서 운용 체계 신뢰성을 시험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글로벌 발사체 운용사들 역시 유사 상황에서 잦은 발사 시각 재조정을 경험해 왔다. 미국과 유럽의 상업 발사체는 연료 온도 편차, 센서 노이즈, 통신 패킷 손실 등 상대적으로 작은 신호 이상도 즉각적인 홀드 사유로 삼는 경우가 많다. 발사 단가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서도, 실제 비행 실패에 따른 비용과 브랜드 타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누리호 역시 반복 발사 과정에서 센서와 제어 계통의 신뢰도 데이터를 축적하게 되면, 향후에는 어떤 수준의 계측 이상에서 발사를 중단하고 어떤 경우에는 통제 가능한 리스크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보다 정교한 기준이 마련될 전망이다.

 

우주항공청과 항우연은 이번 발사에서 확보하는 데이터가 향후 한국형 발사체의 상업 발사 서비스, 군 정찰위성 발사, 달 탐사선 후속 사업 등으로 이어지는 국내 우주 산업 전략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센서 하나의 이상 여부를 둘러싼 10여 분의 지연이 단기 일정에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발사 운용 규율과 조직 문화 성숙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누리호가 지연 없이 안정적으로 비행을 마무리해 한국형 발사체 체계의 신뢰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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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우주항공청#한국항공우주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