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MSCI, 한국 증시 선진국 진입에 다시 벽…관찰대상국 꿈도 멀어져”→개혁 피로에 글로벌 신흥국 굴레
국제

“MSCI, 한국 증시 선진국 진입에 다시 벽…관찰대상국 꿈도 멀어져”→개혁 피로에 글로벌 신흥국 굴레

김서준 기자
입력

서늘한 6월의 새벽, 한국 금융시장을 둘러싼 허전한 바람만이 또 한 번 서성인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2025년 연례 시장 분류에서 한국을 선진국지수에 편입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오랜 꿈이었던 글로벌 선진 시장의 문턱 앞에서, 한국 증시는 이번에도 한 걸음 멀어진 자리에서 조용히 제자리를 지켜야 했다.

 

MSCI는 한국의 신흥국 지수(EM) 현상 유지를 공식화하며, 올해 역시 선진국지수(DM) 관찰대상국에 등재하지 않았다. 선진시장 분류를 위한 여정은, 예기치 못한 규제 변화와 미완의 개혁 앞에서 다시 한 번 멈춰섰다. MSCI는 “한국 증시 접근성 향상 조치와 시장 채택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았으나, 현장의 온도는 차가웠다.

‘한국 증시’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또 무산…관찰대상국 등재 불발
‘한국 증시’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또 무산…관찰대상국 등재 불발

한국은 지난 3월, 공매도 전면 해제 등 기술적 개혁을 도모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규제 변화와 복잡한 등록 절차, 자유롭지 못한 외환시장 구조에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을 느끼고 있음을 MSCI는 지적했다. 배당 기준일 개편이나 옴니버스 계좌 개선도 일부에 그쳐, 전체적인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국이 꿈꿔온 글로벌 선진지수 등재를 위해서는 ‘관찰대상국’이라는 중간 단계부터 밟아야 하지만, 올해는 그 문조차도 닫혔다. 만약 내년 6월 관찰대상국 진입에 성공해도, 최소 2028년 6월 이후에야 지수에 공식 편입될 수 있다. ‘신흥국’이라는 표식 아래 글로벌 투자자들의 조용한 시선만이 한국 증시를 응시한다.

 

그럼에도 간간이 희미한 빛은 엿보였다. MSCI는 올해 한국 증시의 공매도 접근성 평가를 한 단계 높였고, ‘마이너스’ 평가 항목도 6개로 줄었다. 하지만, 외환시장 자유화와 청산결제, 투자상품 가용성과 같은 고질적 개선 요구는 여전했다. 직접적인 외환시장 참여, 거래시간 연장 등 정부의 노력이 있었지만, 제도적 변화가 투자 환경 전반에 스며들기엔 시간이 더 필요함을 시사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거듭되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이번에도 선진국 진입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고 냉정히 평가한다. 1992년 신흥시장 편입, 2008년 잠깐의 관찰대상국 경험, 그리고 2014년 제외로 이어진 지난 시간은, ‘선진국’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자 하는 한국 자본시장에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골목마다 남은 과제로 TF를 꾸려, 외국인 투자자 계좌개설 요건 완화 등을 포함한 로드맵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은 속도를 재촉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와 일관성, 그리고 신뢰라는 본질적 언어의 결핍 앞에서, 글로벌 자금의 움직임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긴 여정의 갈림길에서, 다시 찾아올 기회를 위해 한국 증시는 새로운 질문을 안고 침묵 속을 걷는다. 문턱은 높았고, 세계 무대는 여전히 멀기만 하다.

김서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msci#한국증시#외환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