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제 을, 잘 부탁한다”…이재명 대통령, 여야에 추경 협조 당부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또다시 정국 핵심 쟁점인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두고 긴장과 협력의 시험대에 올랐다.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협치와 존중을 강조하고, 회담 분위기는 비교적 화기애애했으나, 향후 본회의 논의 과정에서 치열한 당파 간 의견 충돌이 예고되는 형국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26일 국회에서 취임 후 첫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두고 우원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 등 여야 지도부와 환담을 진행하며 추경안 통과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자리에는 이주호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대통령실 참모진도 참석해 정부의 국회 설득 기조가 엿보였다.

환담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정치는 길을 내는 것”이라며, “정치·경제가 매우 어렵고 국제질서의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에서 행정부·입법부·여야가 새로운 국민 희망의 길을 닦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적극 소통하고 정치 복원에 애쓰는 모습이 통합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높이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제가 이 방을 몇 번 왔는데 오늘은 입장이 달라졌다”며, “마음을 새로 다 잡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정부라는 것이 직진하는 집행 기관인데, 그게 바른길인지 점검하고 검토해주는 의회의 기능에 감사한다”며, “견제와 감시는 적정하게 해주시되, 할 수 있는 일은 함께 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우리 김용태 위원장, 잘 부탁한다”고 언급했고, 김 위원장은 고개를 숙여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의 공공성도 언급하며 “정치는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하는 일”이라며, “어떤 길이 옳은지 끊임없이 논의해야 하며, 의견 충돌도 다름일 뿐 틀린 것이 아니라고 인정해 공존하자”고 했다.

환담 말미에는 “제가 이제 을이라 각별히 잘 부탁드린다”는 이 대통령의 유쾌한 멘트에 환담장의 분위기가 풀어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 약 10분 간의 비공개 차담을 진행한 뒤 본회의장으로 이동해 시정연설에 나섰다.

여야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인 이날 환담은 앞으로의 추경 협상과 국회 운영에 직접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국회와의 지속적 소통을 강조하며, 추경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야당의 협력을 재차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