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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원 환율 재돌파·기관 1,870억 매도”…코스피, 미중 협상 불안에 하락 전환
경제

“1,400원 환율 재돌파·기관 1,870억 매도”…코스피, 미중 협상 불안에 하락 전환

강다은 기자
입력

5월의 첫 주말을 앞두고 국내 주식시장은 잔잔했던 표면 아래, 커다란 불확실성의 물결이 몰아쳤다. 9일 코스피는 나흘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며, 시장 참여자들에게 미중 무역 협상이라는 거대한 여정 앞 선박의 불안한 흔들림을 전했다. 미국과 영국이 무역협상 타결이라는 한 줄기 낙관의 빛을 비췄으나, 곧 미중 간 담판을 둘러싼 경계심이 걷힐 줄 몰랐다.  

 

오후 3시 30분 원/달러 환율이 3.4원 올라 1,400.0원을 다시 넘어섰다. 익숙한 숫자가 시장의 심리를 짓눌렀고, 외국인 자금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코스피는 2,577.27로, 소폭 내림세를 보이며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 초반 2,587선을 넘기도 했지만, 의미 있는 상승 계기를 찾지 못하고 보합권 등락만 남겼다.  

[표]투자자별 매매동향
[표]투자자별 매매동향

수급 흐름은 각기 달랐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80억원 규모를, 개인 역시 631억원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기관은 1,870억원어치를 내다 팔며 시장의 버팀목을 내려놨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659억원, 819억원을 순매도했고, 이를 개인이 3,770억원 매수로 맞섰다. 소문과 데이터가 혼합돼 출렁이는 심리의 흐름에 투자자들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관심을 모은 것은 외국인의 현물과 선물 매매였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에서 1,06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현물시장에선 보수적 태도를 보였다. 순매수 규모는 전일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미묘하게 달라진 매매 패턴의 배경에는 방산, 기계 섹터에 대한 정책적 기대감이 있었다. 외국인은 에이피알(734억원), 현대로템(621억원), LIG넥스원(354억원), 한화엔진(335억원) 등 방산·기계 종목을 대거 담으며, 지정학적 긴장과 국방예산 확대라는 연관성 위에 기대를 실었다. 삼성전자(005930), NAVER(035420), 한국전력, 기아 등 우량주 일부에도 순매수가 이어졌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카페24, 금호석유화학,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 성장주와 일부 제약·바이오 종목에서는 이탈이 두드러졌다.

 

기관 투자자는 한미약품, 한화솔루션, 현대로템 등에서 방어적 매수를 보였으나,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HD현대마린솔루션을 중심으로 매도세를 멈추지 않았다. 개별 기업들의 온도차는 뚜렷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0.37% 오르며 소폭 상승했고,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 NAVER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2.90% 내렸고, KB금융과 메리츠금융지주도 2% 넘는 약세를 기록했다.  

 

이날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두 종목도 있었다. 롯데쇼핑은 1분기 실적 호조와 자회사 롯데시네마의 메가박스 합병 추진 소식에 기대감이 쏠리며 8.42% 급등, 52주 신고가를 눌렀다. 코스닥에서는 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1분기 실적 호조에 10.22% 뛰어 그 역시 52주 신고가 문을 열었다. 이런 흐름은 유통·콘텐츠 업계의 지각 변동이 예상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업종별로 의료정밀과 건설 등은 상대적으로 큰 폭 내림세를 보였으나, 전기가스, 통신 등 방어주는 한 번 더 시장의 기억 속에 존재감을 남겼다.  

 

코스닥지수는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등 일부 2차전지 관련주의 급락 여파에 722.52로 0.97% 밀려났다. 그러나 에스엠, HLB, 펄어비스 등 일부 종목의 강세는 더 넓은 변화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일일 거래대금은 각각 8조180억원, 7조4천110억원으로 집계됐다. 유동성의 기류는 여전하지만, 미중 무역 협상이라는 거대한 외풍을 의식한 관망심리가 곳곳에 드리워져 있었다. 시장은 방향을 쉽게 내리지 못했고, ‘기다림’의 시간 속에 실적 시즌과 대외 변수의 행방을 짚어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환율 불안이 코스피 상승 여력을 제한했고, 미중 협상 경계감이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가 꿈틀거림을 거듭하는 지금, 투자자들은 섣부른 기대보다는 매 순간 흐름을 떠올리며 자신의 위치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오늘의 거래, 그리고 다가올 협상 결과 앞에서 시장은 다시 한 번 중대한 갈림길에 선다.

 

이제 남은 건 불확실성 속에서 조용히 시장의 신호를 포착하고, 다가올 변동의 결을 세심하게 따라가는 일이다. 긴 기다림의 끝에 어떤 결정적 순간이 다가올지, 투자자들은 더 깊은 시선으로 다음 한 주를 준비하게 된다.

강다은 기자
#코스피#미중무역협상#에이피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