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고찰과 선비의 길”…영주, 힐링과 사색이 만나는 여행지
요즘 ‘마음이 쉬고 싶다’며 영주로 떠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유교 고장과 고찰의 풍경이, 이제는 일상에서 벗어나 사색할 수 있는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소백산 자락을 따라, 천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부석사와 소수서원은 영주의 시간을 담은 곳이다.
영주의 상징처럼 자리한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후 무량수전과 석등 등 국보급 건축물로 오랜 세월을 견뎌왔다. 특히 가을, 소백산의 단풍 물결과 어우러진 부석사의 고즈넉한 풍광은 걷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어루만진다. 가까이 소수서원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퇴계 이황의 선비 정신이 지금까지도 공간 곳곳에 깃들어 있다. 실제로 방문한 여행객들은 “잠시 책 한 장을 넘겨 보며 조용히 생각할 수 있었다”며 깊은 인상을 고백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근래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영주의 주요 문화유산 방문객 수가 꾸준히 증가해, 도심이 아닌 한적한 자연·역사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뚜렷하다. 소백산 국립공원에는 계절마다 꽃과 숲을 만끽하려는 등산객이 몰리고, 봉현면의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에는 숲길 걷기와 명상 프로그램을 체험하러 오는 가족 단위 여행객도 늘고 있다.
관광트렌드 전문가 박선영 씨는 “영주는 단순 명소가 아니라 삶의 리듬을 바꾸는 여정이 시작되는 곳”이라며, “유적과 자연, 그리고 전통의 깊이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점이 이 도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분석했다. 자연스럽게, 선비촌에서는 조선 시대 전통가옥에서 짧은 묵음을 나누거나,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를 건너며 속도를 늦추는 이들이 많다. 도시에서의 분주함과는 달리, 영주에서는 ‘천천히’가 일상이 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여행 커뮤니티에선 “풍기 인삼튀김과 인삼막걸리 한 잔이 여행의 별미”, “날씨가 흐려도 부석사에서는 마음이 맑아진다”는 감상들이 이어지고, “한옥에 묵으며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이들도 있다.
영주 여행은 마치 시간의 결을 따라 걷는 일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반짝임, 소백산의 청량함, 무섬마을의 고요함까지—작고 사소한 풍경들이 마음 한구석에서 오래 여운으로 남는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