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특검, 고위 관료 줄소환”…박진 참고인 조사·이종섭 검증 절차 추적

고위 관료 연루 의혹을 둘러싸고 해병특검과 윤석열 정부 관련 인사들이 정면 충돌했다. 해병특검이 주요 고위급 인사들을 소환 조사하며 출국금지 해제와 호주대사 임명 과정을 집중 추적, 수사 확전 분위기가 감지된다.  

23일 오전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박진 전 장관은 출석 직후 “아는 대로 성실하게 답변하겠다”고 간략히 전했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종섭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 지시나, 대통령실 비서관의 임명 절차 준비 지시 등 구체 질문에는 침묵한 채 조사실로 향했다.  

박진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에서 지난해 1월까지 외교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특검팀은 지난해 3월 이종섭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된 과정을 2023년 12월부터 인사 검증이 진행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날 박진 전 장관에 대한 조사는 임명 결정 및 검증 과정에서 어떤 내용의 보고 또는 지시가 오갔는지 규명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어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도 범인도피 및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오전 10시 28분 특검사무실에 출석한 이노공 전 차관은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해제 서류 전달 여부와 관련해 “이미 언론에 밝힌 적 있다.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답했다.  

특검은 지난해 1월 퇴직한 이노공 전 차관이 그해 3월 메신저를 통해 이종섭 전 장관에게 출국금지 해제 신청서 양식을 전달했다고 의심한다. 이노공 전 차관은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법무부 차관으로 복귀했으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가까운 검찰 후배로 알려져 있다.  

이종섭 전 장관은 2023년 7월 채상병 순직 사건 당시 국방 사무를 맡고 있었고, 수사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국금지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2024년 3월 4일 호주대사로 임명된 뒤, 8일 만에 출국금지가 해제돼 곧바로 출국했다. 특검은 출국금지 해제 결정에 대통령실 등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전날에는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검증하는 과정에서의 지시와 조치 사항을 집중 조사받았다. 지난 17일에는 이종섭 전 장관을 직접 참고인 조사했고, 최근 주요 고위급 인사까지 줄소환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향후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은 고위급 연루 여부와 윗선 지시 쟁점을 둘러싸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치권과 특검의 진실 공방이 가열되는 가운데, 검찰 및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향후 수사 결과와 관련 정국의 영향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