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현지공장 확대”…빅파마 투자 본격화, 의약품 시장 재편 주목
빅파마(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미국 내 의약품 생산 시설 확장에 본격 나서고 있다. 수입 의약품에 100% 고율 관세를 예고하며 약가 인하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기조가 직접적 배경이다. 주요 제약사들은 생산 및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며, 미국 시장 내 공급망 확보와 일자리 창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글로벌 제약 공급망의 미-중심 회귀와 약가구조 재편의 변곡점”으로 평가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에 의약품 생산공장 건설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는 45억 달러(약 6조4000억원)에 달하며, 향후 36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500억 달러 투자를 예고한 글로벌 현지 전략의 일환으로, 메릴랜드·매사추세츠 등지에서도 대규모 R&D 및 제조 확장이 이어진다. 새 공장에선 항체약물접합체(ADC), 비만·대사질환 치료제(GLP-1 등) 생산이 핵심이다. 4~5년 내 가동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미국 화이자는 미국 내 의약품 자체 생산을 위해 총 7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으며 미국 정부와 최혜국대우(MFN) 약가 정책에 합의해 3년간 관세 유예를 확보했다. MFN 가격은 미국 외 선진국에 적용되는 최저 약가를 의미, 미국 시장의 약가를 글로벌 하향 평준화하는 정책이다. 이 밖에 일라이 릴리(50억 달러), 노바티스(230억 달러), 로슈(500억 달러), MSD(10억 달러), 존슨앤드존슨(550억 달러)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미국에서만 총 100조원을 넘는 투자를 공개했다.
국내 바이오기업 셀트리온도 미국 현지 생산 네트워크 강화 전략을 가속하고 있다. 최근 약 4600억원을 투입해 미국 릴리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 뉴저지주에 생산시설 거점을 확보했다. 이는 대규모 의약품 제조기술 및 유통 인프라 강화를 통해 미국 시장 직접 공략을 노린 포석이다.
특히 이번 미국 내 투자 확대는 팬데믹 이후 공급망 안정화와 정책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 성격이 크다. 기존에는 생산 원가 절감과 글로벌 분업에 따라 아시아 생산 비중이 높았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약가 정책 강화, 미-중 무역 갈등 심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현지화 움직임으로 연결된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미 정부의 적극적인 약가 통제와 관세정책, 보건 안보 강화 기조에 따라 다국적 제약기업들의 생산·R&D 전략이 구조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경쟁사 대비 일자리 창출, 공급망 안정, 규제 수용성 측면에서 미국 투자 확대가 향후 시장점유율 및 수익성에도 직결될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아시아에 비해 미국 시장 선점 효과가 강화되는 셈이다.
한편, 약가의 글로벌 하향 평준화 정책과 미 정부의 국내생산 우대정책이 실제 의료현장과 환자 접근성, 의약품 혁신 동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변수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현지 생산 확대와 약가 인하가 제약산업 전반에 혁신적 공급망 재편을 촉발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미국 내 정책 불확실성과 글로벌 시장의 동시대응 전략이 빅파마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 및 투자 전략이 실제 미국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