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17년 만에 역사 속으로”…이진숙, 자동 면직 후 법치 논란
대한민국 방송·통신 규제의 중심이던 방송통신위원회가 17년 만에 폐지된다. 이진숙 위원장은 마지막 퇴근길에서 “대한민국 법치는 오늘 죽었다”며 현 정부의 방미통위(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신설과 자신을 둘러싼 자동 면직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IT·방송규제의 독립성, 정책 일관성, 정부조직의 변화가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이진숙 위원장이 3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퇴임 소감을 밝힌 것은, 국무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과 방미통위 설치·운영 법안이 통과된 여파다. 이로써 이 위원장은 내년 8월까지였던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자동 면직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08년 출범 이래 방송과 통신의 융합 정책을 조율해온 기구다. 이후 출범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7명의 위원 체제로, 위원장과 1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5명은 국회 교섭단체가 추천하는 식으로 조직된다.

이날 이 위원장은 “현행 법대로 되지 않으면 법을 바꿔 사람을 제거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졌다”며 법치주의와 규제기관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했다. 방통위 독립성 논쟁은 특히 인사·임기 구조가 대통령·국회에 크게 종속되면서 정책과 인사에서 정권 영향력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IT·바이오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이 위원장은 헌법소원을 예고한 가운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답변은 추후 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취임 사흘 만에 탄핵됐고, 새로운 위원회를 만든 것은 상상조차 못한 일”이라며 정부 조직 개편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월례조회 자리에서는 “대한민국에 현대 영웅이 없다”며 공직 윤리와 책임 의식도 강조했다. 마지막 출근길에서 “굿바이 앤 씨유”란 인사로 퇴장해 방송계와 IT정책 현장의 미묘한 분위기를 대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방송·IT 규제기구 재편은 국내 디지털 미디어 신산업, 통신 정책, 이용자 보호 체계 전반에 직접적인 변화를 준다. 조직 신설에 따라, 사후 규제와 ICT 산업 정책에서 정부의 주도권이 어느 정도 강화될지, 위원회 구성 방식에 따라 정책 일관성·산업 독립성이 유지될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세계적으로도 미국 FCC, 영국 오프콤 등 독립형 규제기구의 역할이 강조되는 가운데, 한국의 선택이 글로벌 통신·IT 거버넌스와 어떤 온도차를 보일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방미통위 출범 이후 첫 위원장과 위원 인선, 운영 세칙, 규제방식 등 후속 논의가 곧 시작된다. 업계와 시민단체, 학계는 “IT·방송 산업 특유의 독립 규제 필요성이 상당하다”며, 정책·인사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방송·IT 규제 시스템 재편이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법치와 산업 독립성, 정부 조직 혁신 간 균형이 새 성장 조건임을 시사한다는 지적이다.